구구스 · 고이비토 등 매출 급증

‘베블런 효과(과시욕 때문에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의 호사스러운 상징, 대를 물려줘도 변치 않는 견고한 품격.

흔히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유명 패션제품의 두 얼굴이다. 비합리적인 사치 소비의 전형이라고 비판받아도 명품을 한 번 걸쳐보고 싶다는 여인네들의 마음은 쉽사리 털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명품의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수백만원, 수천만원까지도 호가하는 명품을 눈에 들어오는 대로 살 수 있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도 ‘중고’를 만나면 한결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중고에 대한 인식 변화는 명품도 중고로 사는 시대를 낳았다.

국내 최대 중고 명품 전문회사인 구구스(GUGUS)는 자체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매장을 낸 데 이어 최근에는 G마켓에서 중고 명품을 판매 중이다. G마켓에는 구구스 외에도 50여개의 중고 명품 전문 판매업체가 입점했고, 올해(1~6월) G마켓 내 중고 명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가량 증가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중고 명품 중 패션잡화와 신발 등이 지난해보다 120%나 매출이 급증했다. 여성 의류는 13%, 가방은 9%가량 매출이 올랐다.

구구스와 함께 국내 중고 명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고이비토는 지난해 1월 옥션과 제휴, 옥션에서 2만80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옥션에서 올 상반기 중고 명품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0%나 늘었다. 가방 등 패션잡화의 경우 중고 명품 매출이 80%나 급증했다.

중고 장터의 베스트 판매량 순위에도 루이비통과 버버리의 가방이나 시계 등 명품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고 명품의 최대 미덕은 브랜드 가치와 상품성을 갖춘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고 명품의 가격은 시중의 인기도와 브랜드 가치, 제품 보관 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새 물건의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 허다하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새 제품보다 최대 70~80% 저렴하다.

중고 명품의 가격은 본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명확한 선은 없다. G마켓에 올라와 있는 중고 명품만 봐도 25만원짜리 ‘구찌 홀스빗 로퍼’에서부터 185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카푸친 벌킨백’까지 가격대 범위가 매우 넓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팔리는 중고 명품의 가격도 제각각이다.

G마켓에서는 580만원 상당의 ‘콜롬보 와니 토트백’이나 340만원에 나온 ‘샤넬 클래식 램스킨 점보백’이 팔리기도 했다.

중고 명품의 전성시대는 나름 알뜰 소비(?)로 눈을 돌린 명품족들이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만큼 ‘불황의 그늘’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명동의 한 중고 명품 매장은 여름의 늦더위가 한창인 와중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이 북적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1시간에 4~5명 정도는 지속적으로 들었다. 이곳의 직원은 “최근에는 명품을 팔기 위해 시세를 물어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창 명품의 품격에 빠졌다가 불황의 쓴맛에 젖어들면서 아끼던 명품을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