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시공능력 16위의 쌍용건설이 30일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유동성 위기로 지난 2월부터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중이었으나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이 중단된데 따른 것이다.

쌍용건설은 이달 말 만기인 100여억원의 어음과 600억원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을 해결해야 하지만 현재 보유한 현금은 190억원에 불과하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신청서와 관련 자료의 서면심사, 채권단 의견 등을 고려해 법정관리 개시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하면 쌍용건설의 채무는 동결된다. 법원은 새로운 회생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부채를 상환한다. 쌍용건설을 믿고 공사를 수행했던 국내외 1400여개 협력업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언제 받을지 모를 공사대금을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들이 쌍용건설로부터 받아야 할 공사비 등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쌍용건설은 국내 주택건설현장 5곳을 포함해 모두 150여개 공사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사업도 걱정이다. ‘해외건설 명가’로 통한 쌍용건설은 현재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16개 사업장 27억달러(약 3조원) 공사를 맡고 있다. 법정관리는 계약 중단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사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해외 발주처를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해외에서 국내 대표건설업체로 통했던 쌍용건설의 공사가 중단될 경우 국내 건설업계의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최대한 빨리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허가하면 문제가 됐던 군인공제회의 가압류가 풀러 국내 현장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융당국, 법원과 긴밀히 협조해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만 정리된다면 해외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을 다시 추진할 수 있어 회사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은 은행 등 채권단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으로 대출전환,신규대출,만기연장 등의 실질적인 방식으로 단기간에 집중 지원해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원받은 돈은 향후 다른 대출보다 먼저 상환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쌍용건설 협력업체의 거래은행에 할인어음, 대환 등 유동성 지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