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관광객 ‘노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 갖춘 홍대 · 강남…불황속에도 관광객 접근성 뛰어난 지역 빌딩 투자가 키워드

임대사업 법인 설립땐 상속 등 절세효과 유동성 풍부한 중기 사옥이전 수요도 늘어 2년연속 성장세속 올핸 부익부 빈익빈 심화

외국관광객 몰리는 압구정로데오·홍대… 풍부한 문화상품·역세권 지역 ‘핫 플레이스’

# 연초 휴가를 내고 중국 상하이에서 서울로 날아온 관광객 자오(27ㆍ여) 씨가 자리잡은 곳은 홍대입구역 인근 연남동의 한 게스트하우스. 그가 여기 짐을 푼 이유는 ‘노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서다. 우선 김포공항과 인천공항까지 공항철도로 각 38분, 55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이다. 시내 중심가와도 멀지 않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한국의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 홍대 인근에 널리 퍼진 클럽문화에 호기심이 있었던 자오 씨는 이번 한국 관광에서 클럽 탐방을 주 목표로 잡았다. ‘강남스타일’로 유명해진 강남에 가는 것도 일정에 넣었다. 그는 “한국에 관심 있는 중국 관광객이라면 홍대나 강남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숙박비도 하루 5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 놀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접근성이 보장된 역세권 인근엔 사람이 몰리고 돈도 쌓인다. 이는 해당 지역 중소형 빌딩 투자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불황에 특히 강한 역세권 상권이 형성돼 이곳에 들어와 장사하려는 대기수요가 꾸준해서다. 상권을 먹여살리는 요인은 2012년부터 ‘강남스타일’로 대변된 클럽문화가 해외에도 널리 퍼지며 자오 씨처럼 ‘놀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이다. 새해 중소형 빌딩시장의 투자키워드가 ‘역세권에서 노는 관광객’으로 수렴하는 이유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의 자문을 바탕으로 갑오년 중소형 빌딩시장을 전망해 봤다.

▶2년 연속 성장한 중소형 빌딩시장, 올해는 ‘양극화’=서울 기준 매맷값 300억원 이하, 평균 거래면적 300~400㎡ 선인 중소형 빌딩 거래 규모는 2012년 525건, 작년 600여건(추정치)으로 집계돼 상승세다. 거래 규모도 2조9387억원에서 작년엔 3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선 중소형 빌딩의 주 수요층인 개인자산가와 소규모 사업체 등이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저금리 기조의 여파다. 특히 실물자산 중 중소형 빌딩은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형 빌딩 ‘노는 물’이 다르네~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중소형 빌딩은 일부 개별 빌딩의 가격 하락은 있었지만 금융위기에도 전반적으로 ‘버텨주며’ 거래도 꾸준히 늘었다. 작은 건물 한 채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란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중소형 빌딩 투자의 또 다른 매력은 증여와 상속, 비용 생성을 통한 절세효과다. 건물주가 건물관리 및 임대사업자로 법인을 설립하면 관리업체의 비용을 통해 절세가 가능하다. 작년엔 일부 개인자산가들이 자녀 증여수단으로 빌딩 매입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동성이 풍부한 중소기업들도 사옥이전 수요로 시장에 참여해 거래가 늘었다.

올해 중소형 빌딩시장은 본격적인 양극화가 예상된다. 작년 기준으로 볼 때 비인기 지역의 중소형 빌딩은 3∼4년 전 호가에 비해 10∼20% 낮은 금액에 거래가 됐다. 심지어 매입가보다 낮게 팔려 손해를 본 사례도 나타났다. 지역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올해 연 수익률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4∼5%대로 점쳐진다.

▶투자 유망지역은 강남과 홍대=서울 강남과 홍대 주변은 양극화할 올해 중소형 빌딩시장의 ‘핫 플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불황일수록 수익성이 검증된 곳, 투자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관광객이 몰리는 역세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남은 한류스타 거리로 조성 중인 압구정 로데오역 주변이 인기다. 작년 한 해 동안 압구정 로데오길 반경 700m 이내에 총 10건의 중소형 빌딩(연면적 660∼1500㎡) 거래가 발생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갑절 늘어난 규모다. 호가가 하락한 게 주된 이유다. 작년 말 기준 이들 빌딩의 매매가는 대지 3.3㎡당 8012만원으로 2012년보다 14%가량 빠진 상태다.

중소형 빌딩 ‘노는 물’이 다르네~

이곳 상권도 ‘강남스타일’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2명 중 1명이 강남을 방문했다.

홍대는 공항철도역을 중심으로 상권의 확장 가능성이 있는 연남동과 합정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1∼2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숙박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항철도 역세권엔 관광객 전용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하다. 자산 축적을 노린 유명인들도 일찌감치 이 일대의 중소형 빌딩을 매입한 상태다. 일례로 축구선수 차두리는 작년 2월 합정동 소재 지하 1∼지상 4층, 연면적 1312.75㎡짜리 건물을 48억원에 사들였다.

▶빌딩 투자지역 선정, 이젠 ‘문화현상’에도 주목해야=투자 유망지로 꼽힌 지역의 공통점은 역세권이라는 전통적인 입지조건과 관광객을 끌어모을 문화상품이 결합한 곳이란 점이다. 단순히 뜨는 상권만을 강조해 ‘역 주변 상권이면 무조건 된다’는 투자행태는 갈수록 위험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호진 빌딩경영플래너(주) 대표는 “강남(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등은 대체로 예술업종에 기반한 상권”이라며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한 역세권인 데다 접근성이 좋다 보니 외국인 방문객 수요에 힘입어 (상권)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했다.

부동산학계도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는 “문화와 부동산(상권)의 관계를 화두로 삼은 연구가 1∼2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