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을미년 새해도 어느덧 한달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낮엔 희미하게나마 봄내음이 코를 자극합니다. 이미 마음은 봄인가 봅니다. 주택가의 주차장이 주말마다 한적한 이유도 아마 봄을 먼저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때문이겠죠. 부산에서 봄바람 맞이는 어떨까요. 적막한 겨울바다를 보는 것보다 봄의 푸근함과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해동용궁사’를 추천합니다.

지인의 초대로 KTX를 타고 부산에 찾아갔습니다. 해운대의 횟집의 고소한 냄새가 익숙하겠지만, 현지인들은 해운대는 복잡해 여름 외엔 찾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관광지 하나는 들러야지?” 그들이 기자를 데리고 간 곳은 해동용궁사입니다. 인파가 정말 많았습니다. 버스로 물밀듯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피해 시간차를 두고 들어섰습니다.

용궁사에 발을 들여 놓으면, 시원한 봄바람이 몸과 마음을 씻어줍니다. 아직은 차갑지만, 겨우내 묵은 때를 날려주는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사찰들이 대부분 산 속에 있는 것과는 달리 바다와 인접해 있다는 점은 낙산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바다보다 위에 있던 낙산사와는 달리, 용궁사는 바다와 더 인접해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동해 최남단에 위치한 사찰인 해동용궁사. 중앙엔 바다의 용과 관음대불이 위치해 있습니다. 바다와 용,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뤄 신앙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곳이자, 관광객들의 주요 사진촬영 포인트입니다. 이날도 관음대불에 절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 인파들이 많았습니다. 용의 앞쪽에 위치한 매점을 가면 바람을 피해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카페 형식으로 된 매점이라 차를 한잔 즐기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겠죠.

행운의 동전을 던질 수 있는 다리를 지나 좌측으로 가면 바다에 황금불상이 또 있습니다. 특이하게 동상 옆에는 편지 넣는 우체통도 있습니다. 휘몰아치는 파도와 청량한 바닷바람, 그리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사찰 특유의 향 내음이 인상적입니다. 바다의 풍광을 한 껏 느낀 다음, 뒤편 장수계단을 올라오면 십이지상과 동물조각상들이 보입니다. 사실 입구에서 들어올 때 들른 곳이지만 관광객에 밀려 지나쳤던 곳이더군요.

해동용궁사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한국의 3대 관음성지 중 하나입니다. 고려시대 나옹화상 혜근이 창간해 본래 이름은 ‘보문사’였지만, 1974년 부임한 정암이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꾼 뒤 ‘해동용궁사’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사찰이란 기본적인 역사를 알아야 하지만, 봄의 기를 한껏 받으려는 관광객이라면 약간의 정보만 참고해도 좋습니다. 가는 방법은 역시 KTX가 좋습니다. 도착하기 전에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더한다면 여유있는 여행길이 되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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