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PD 김태호·나영석·신원호 집중분석
유재석 등 국민MC가 주도하던 예능프로들 이젠 브랜드화된 스타PD가 좌우하는 시대 누구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방송 환경 속 시청자 관심, 스타 중심애서 콘텐츠로 이동
예능가에 이른바 ‘3강 체제’가 굳건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국민MC들이 출연해야 ‘믿고 보던’ 예능의 세계는 최근 몇 년 사이 흐름이 달라졌다.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들은 지난 한 해 여전한 저력으로 ‘건재’를 자랑했던 ‘무한도전’(MBC), 소소한 이야기로 큰 공감을 끌어낸 ‘삼시세끼’(tvN),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은 ‘응답하라’ 시리즈(tvN)를 사례로 들며 “몇 년 뒤엔 ‘OOO PD의 OOOO’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위 ‘작가주의’까지 동반한 PD들의 콘텐츠 제작역량은 국민MC를 뛰어넘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 누가 ‘출연하느냐’ 보다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해진, 바야흐로 ‘스타 PD의 시대’다.
스타보다 PD가 더 주목받는 방송 환경이 만들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의 스타는 연예인이 특정 집단에서 배출돼 방송과 드라마를 통해 대중이 받아들이는 시대였으나, 지금은 누구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로 넘어왔다. “스타 중심의 시대에 대한 의미가 사라진 대신 스타를 발굴하는 시스템에 집중하고, 콘텐츠 중심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 것은 리얼이 강화된 방송 콘텐츠의 흐름에 있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 채 ‘웃기기 위해’ 인위적인 설정”(나영석 CJ E&M PD)을 만든다거나 “억지로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소위 ‘채널이 돌아간다’”(유호진 KBS PD)는 법칙을 발견한 예능PD들은 서서히 ‘진행 최소주의’를 지향하게 됐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비칠 때 시청자는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다소의 설정마저 ‘리얼’이라고 믿게 됐다. 드라마는 분명 ‘허구의 세계’이지만 집요하게 되살린 디테일의 미학은 ‘공감’을 끌어내는 제1장치가 됐다. 이 같은 콘텐츠 안에선 반드시 새로운 스타가 태어나는데, 이는 온전히 PD의 역량이다. 현재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이미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세 명의 PD들이 가진 공통점이다. 김태호 PD는 오는 4월 23일이면 10주년을 맞는 ‘무한도전’을 이끄는 수장으로, 방송가가 입을 모으는 ‘천재형’ PD다. 2000년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진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무한도전’은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드라마와 교양에 비해 다소 폄하됐던 예능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대중을 움직이는 큰 힘”(정덕현 평론가)이라는 점을 보여준 대표 콘텐츠다. 그 중심에는 단연 김태호 PD가 있다. 지난 한 해 길ㆍ노홍철 등 일부 멤버의 음주운전으로 위기를 맞았던 ‘무한도전’은 김태호 PD의 탁월한 기획력으로 악재마저 기회로 승화했고, ‘선거 특집’을 통해 날선 풍자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냈다. 연말연시 방영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열풍으로 슈와 김정남 등 주목받지 못했던 스타들을 다시 대중에게 알린 것도 ‘무한도전’에 내재한 정서가 십분 발휘됐기 때문이다. 타사 PD들마저 혀를 내두르는 기획력으로 한 프로그램을 10년째 이끈 무서운 내공은 가히 ‘넘사벽’이라 할 만하니, 새로운 전기를 맞은 10년차 프로그램의 ‘무한도전’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는 예능 문외한인 할배들과 이서진, 베일에 싸인 여배우를 ‘예능 아이콘’으로 만든 ‘신의 손’이다.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예능 콘텐츠로 끌어들여 ‘공작의 마법’을 부리자 비호감이었던 캐릭터는 호감이 되고, 못나보이는 스타들은 역대급 훈남으로 돌변한다. 나영석 PD의 경우 올 한해에도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삼시세끼-어촌 편’을 시작으로 할배들과 여행(꽃보다 할배)도 떠나고, 다시 강원도 정선으로 돌아와 투덜이 이서진과 아이돌 노예 옥택연(삼시세끼)을 길들일 예정이다. CJ E&M 이적 2년간 보여준 ‘흥행력’이 나영석 PD를 믿고 보는 스타PD로 만들었다. 나 PD는 “어떤 상황에서 인위적인 구성 없이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추출하는 방식을 좋아한다”며 “내가 만드는 예능의 최종형태는 인간극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관찰하는 예능은 구성이나 게임, 설정이 조금씩 사라지게 되리라고 본다. 현재는 연예인 중심이지만 이후엔 연예인과 일반인이 섞인 형태, 그리고 나중엔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옮겨갈 것”이라고 스스로의 예능 세계를 전망했다.
예능 PD가 만든 드라마가 전무후무한 위력을 발휘한 게 벌써 2년 전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복고 열풍을 불러오고 막강한 경제효과를 일군 신원호 CJ E&M PD는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며 ‘파워 콘텐츠’를 만든 새 시대형 PD다. 특히 “블라인드 속에 가려진 스타들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오직 작품으로 승부해 새로운 얼굴을 스타”(정덕현 평론가)로 만들었다. 노래보다 연기가 더 어울려보이는 ‘응답하라 1997’의 서인국 정은지는 이제 케이블을 넘어 지상파의 주연 자리를 꿰차는 ‘연기돌’이 됐고,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들(정우 손호준 유연석 바로)과 여신의 벽을 넘은 여배우(고아라)는 방송가와 충무로가 너나없이 찾는 스타가 됐다. 드라마 시장의 판을 흔들며 처음으로 지상파를 위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저력이 주목받는 것은 기존의 틀을 허문 과감한 시도로 집요하리만치 세심한 디테일을 완성하며 드라마를 드라마 같지 않게 만든 점이다. 신원호 PD는 올 한 해 CJ E&M을 책임질 기대주다.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 중인 신 PD는 스스로 “예능의 잡스러움을 드라마로 치환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이상섭 기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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