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리창 중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공식 방문, 베트남 지도자들과 양국 간 철도 연결 등 협력 강화를 논의한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 당국이 베트남 어민들을 공격하고 부상을 입힌 사건에 베트남이 강력히 반발한 가운데 리 총리의 방문이 양국 간 긴장 완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부터 사흘 동안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 리 총리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베트남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는 이날 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13일에는 팜 민 찐 총리를 각각 만난다.
이번 방문 기간 양국은 철도 연결·농업 무역 확대와 결제 시스템·통관 절차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계자 2명이 로이터에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럼 서기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베트남 내 중국 접경지역과 베트남 대도시를 잇는 베트남 국내 철도 구간을 기존의 궤도 폭이 좁은 협궤 대신 중국 철도와 호환되는 표준궤 철도로 바꾸는 계획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표준궤 철도 건설 계획의 타당성 조사에 대한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베트남 교통망이 나아지는 것은 물론 양국 간 무역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생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는 중국 기업들이 느는 가운데 양국 간 철도 연결이 크게 개선되면 베트남에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몇 개의 협정을 맺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적어도 12개 이상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리 총리의 방문으로 중국의 베트남 어민 공격 사건 이후 양국 간 긴장을 누그러뜨릴 기회가 마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양국 간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조업한 베트남 어선 1척이 중국 측의 공격을 받아 어민 3명의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는 등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중국 법 집행 당국의 잔혹한 처우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분노하며 단호하게 항의한다”면서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호주국립대(ANU)의 동남아 전문가인 헌터 마스턴은 이번 방문으로 베트남이 중국의 최근 행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기회가 생겼으며, 양국이 평화적 해결 의지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베트남 연구원 판 쑤언 둥은 중국이 “베트남을 자국 영향권 내에 계속 붙잡아두도록 베트남에 외교적으로 구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구하는 필리핀의 길을 따를까 봐”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