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게 뭐야?”, “이게 정말 방송이 되겠냐” 며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담당 PD도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맹구나 영구를 연상시키는 쇳소리가 들리는 목소리는 실은 ‘성대결절’ 컨셉트였다. 빨간 트레이닝복을 추켜올리고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는 허여멀건한 개그맨이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강서브’, ‘리시브’를 노래한다. 관객과 시청자가 중독되는 시간은 2분이면 충분했다. 이 판의 주인공은 안시우다. 종종 사람들은 이 코너를 ‘테니스’라고 알지만, 제대로된 코너명은 ‘배우고 싶어요’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이 코너로 처음 검증을 받았어요. 이게 어떤 코너인지도 사람들은 모르는데, 6~7분 분량의 코너에서 2분을 넘기니 다 따라하더라고요.”
안시우의 애드리브로 꽉 채운 ‘배우고 싶어요’는 현재 ‘웃찾사’(SBS) 1등 코너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성공을 장담한 코너는 아니었다. 안철호 프로듀서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배우고 싶어요’를 처음 본 뒤 “저 아까운 놈이 왜 저걸 하고 있나” 싶었다고 했다. 코너를 짜온 안시우에게 코멘트 한 줄도 해주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차 안에서 안 PD는 자신도 모르게 ‘테니스’를 따라하고 있었다고 했다. ‘배우고 싶어요’가 무대에 나올 수 있었던 계기였다.
“사실 2주 동안 ‘배우고 싶어요’ 말고 짜던 코너가 있어요. 대학로 무대에서 올렸는데, 관객들이 하나도 웃지 않더라고요. ‘망했다’ 싶었죠. ‘배우고 싶어요’는 장난 치다 나온 코너예요. 대사들은 전부 다 애드리브였고요.”
지난 2014 SBS 연예대상에서도 진풍경이 연출됐다.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한류팬들이 자리한 시상식에서 안시우가 등장해 ‘배우고 싶어요’를 연기했다. 다소 썰렁할 수 있는 시상식 현장은 금세 관객들의 ‘떼창’이 퍼졌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 안시우는 국민MC 유재석과도 호흡을 맞췄다.
“그 때 무대에 서기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유재석 선배님이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고 나오셨어요. 인사를 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갈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만 이야기를 했어요. 사전 양해를 구한 건 아니었죠. 근데 정말 잘 도와주셔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당시의 ‘떼창’은 안시우에게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안시우는 “쉬운 개그이기 때문인 것 같다”며 “1~2년 전만 해도 공감개그가 유행했는데 요즘엔 SNS가 발달하다 보니 집중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단순한 코미디가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고 싶어요’는 이미 ‘웃찾사’ 첫 방송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한 인기 코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실린 쉬운 유행어를 따라하는 재미가 있다. 묘미는 관객들과 ‘밀당’을 하며 안시우가 엇박으로 치고 들어오는 제대로 된 한 마디 ‘테니스’다.
“인기 이유요? 약간 병맛 같아요. 함께 코너를 하는 이수한, 이용성과 아예 이상하게 가자고 이야기를 했죠. 코너에서 이수한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만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웃긴가 보더라고요.”
‘실검’ 1위를 하던 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 소주에 족발까지 먹었다”지만, SBS 공채 9기 개그맨으로 어느새 9년차를 맞은 안시우에겐 힘든 시간이 길었다. 데뷔 이후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는 아픔도 겪었다.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일을 찾기보단 내 몸에 맞는 일”을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 18명의 동기는 6명으로 줄었다.
“‘웃찾사’의 모든 개그맨들은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할거예요. 삐긋하면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절박하게 아이디어를 짜죠. 지금도 가장 아쉬운 건 ‘웃찾사’가 최고 전성기였을 때에 개그맨이 됐는데, 그 시절 전 시청자였다는 거예요. 요즘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웃찾사’의 강점은 낯선 얼굴이 많다는 점이거든요. 새로운 얼굴들이 일을 내면 더 큰 파괴력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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