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90)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폐렴으로 20일째 병원 신세를 지면서, 그 후계구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90세의 고령이고, 더욱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세계 경제여파, 이슬람 극단주의 위협, 힘을 키우는 이란 등 여러 대내외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지라 사우디 왕가의 왕위 계승 문제는 더욱 민감해졌다.
압둘라 국왕의 병세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국왕이 폐렴으로 입원해 튜브로 숨을 쉬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전해진 내용이 없다.
사우디 왕가가 사우디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사우디 국왕은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1위에 올라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 가족은 1만5000명으로 이들 가운데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이들은 대략 2000명이다. 이들은 사우디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국영기업을 소유하면서 정ㆍ재계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지난 18일 사우디 왕실의 후계구도 관련 보도를 방송하며 압둘라 국왕의 유력한 후계자로 배다른 동생인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 겸 부총리를 첫 손에 꼽았다. 전 국방부 장관으로 선왕이 총애했던 하사 알 수다이리 왕비의 아들이다. 살만 왕세자와 그의 형제들은 ‘수다이리 세븐’으로 불리며 사우디 엘리트 집단으로 ‘이너써클’을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만 왕세자가 현 압둘라 국왕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을 수도 있어 압둘라 국왕이 추진하고 있는 여성의 의회진출 등 정치ㆍ사회개혁이 역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살만 왕세자의 나이가 곧 80대를 바라보고 있고 건강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NBC는 지난 3월 압둘라 국왕이 전 사우디 정보국장이었던 무크린 빈 압둘 아지즈 왕자를 왕위 계승서열 2위로 올려놓으면서 많은이들을 놀라게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무크린 왕자 역시 60대 후반의 나이로 세대교체를 이루기엔 나이가 많다는 평가다.
후계자가 어떤 사람이 되건 사우디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중동프로그램의 프레데릭 웨리는 “사우디는 요동치는 물결속에 있으며 적대적이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있다”며 “아직도 ‘아랍의 봄’의 여파를 처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키우며 사우디 사회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웨리는 “사우디 젊은이들 사이에서 심각할 정도로 IS가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짐 필립스 중동문제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통치자가 이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수호하는 사우디는 종교적 보수주의인 ‘와하비즘’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흐름을 무시한다면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통치자가 직면하게 될 또다른 난제는 국제유가 하락이다. 정부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석유는 지난 6개월 동안 가격이 60% 가량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정부지출은 1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도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란은 이라크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문병 차 사우디를 긴급 방문해 킹 압둘아지즈 메디컬 시티를 찾았고, 살만 빈 압둘 아지즈(79) 왕세자가 국왕 대신 그를 맞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복수 국내외 관계자들을 인용, 국왕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