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부족에 월세도 영향

전년 대비 월 60만원 상승도

대치맘 되려다 등골 휜다…보증금 10억에 월 320만, 월세만 70만원 껑충 [부동산360]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점점 쪼그라들자 월세까지 덩달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9월 신학기와 내년 학교 배정을 앞두고 10월까지 주소지를 옮겨야 하는 수요에 일부 학군지 아파트의 경우 월세가 전년 대비 수십만원 넘게 오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5일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31건으로 1년 전(2만7435건)보다 11% 넘게 감소했다. 특히 서울 대표 학군지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은 전세 매물이 전년 대비 각각 27%, 42.1%, 51% 줄었다.

매물 부족에 전셋값이 급등하자 9월 새학기를 앞두고 학군지 등에서는 월세 계약이 빠르게 체결됐다. 서울 월세 매물은 이날 기준 1만5362건으로 1년 전보다 17.9% 쪼그라들었고, 학군지의 경우 전년 대비 월세 매물 감소 폭이 40% 안팎으로 집계됐다. 대치동이 38.7%, 목동은 45.7%, 중계동은 47.9%나 줄었다.

학군지 월세는 매물이 속속 체결되며 가격이 크게 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를 계약한 임차인은 지난 7월 이달부터 시작하는 2년짜리 월세 계약을 맺었는데 보증금 10억원에 월세가 320만원이었다. 올 초 같은 보증금에 월세가 250만원, 273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 년 사이 70만원 가까이 임대료가 오른 셈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달 2일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10만원으로 2년 계약이 신고됐는데 1년 전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6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진 바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용 53㎡도 1년 전보다 월세가 60만원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계약된 물건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190만원이었는데, 1년 전에는 보증금은 같지만 월세가 130만원이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 전용 44㎡ 또한 지난해 8월에는 보증금 2000만원에 58만원 거래가 있었는데 올해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80만원을 내는 것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6으로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올 2월 이후 줄곧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한편 최근 다수 시중은행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제한하면서 월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은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납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진행되는 대출인데,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당분간 분양 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에 대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다시 말해,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예정이었던 일명 ‘갭투자족’의 계획이 어긋나면서 해당 전세 수요가 월세나 반전세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