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장중 6만9800원까지…6만원선 10개월만
SK하닉 16만원선 깨져, 한미반도체 한때 9만원대
한달 전 美경기침체 우려 시 반도체주 최대 직격탄
엔비디아 주가흐름 관건…“4분기 블랙웰 판매 기대”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한 달만에 고개를 들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4일 급락하고 있다. 장중 삼성전자가 ‘7만전자’ 고지가 무너졌다.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발 영향 등이 겹치면서 ‘16만닉스’가 깨졌다. 앞서 경기침체 우려 폭락장 당시 하락폭이 가장 컸던 반도체주에 다시금 악몽이 드리우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시49분 기준 삼성전자는 2.62%(1900원) 하락한 7만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에는 3.72%(2700원) 떨어진 6만98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6만원선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9일 이후 10개월만이다.
SK하이닉스는 6.48%(1만900원) 떨어진 15만74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장중 9.15% 하락해 15만29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전날 종가 16만8000원을 기록했지만 이날 16만원선이 깨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쓰이는 핵심 부품(TC본더)를 납품하는 한미반도체도 7.18%(7800원) 내린 10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9만9400원까지 떨어지며 10만원선이 붕괴됐다.
이날 반도체주 붕괴는 부진한 미국 경제지표 발표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감이 재현된 영향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하회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7월 허리케인 베릴 같은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당연히 8월 ISM제조업 지수가 반등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등폭은 예상보다 작았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뉴욕 증시도 나란히 부진했고 특히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봉장 엔비디아 주가는 9.53% 폭락한 108.00달러로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7.75% 급락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모두 하락 마감했다.
한달 전 경기침체 폭락장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반도체였다. 시가총액 큰 국내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10.90% 하락하며 KRX 28개 지수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AI 반도체는 상반기 증시 주도주로 강세를 보인 만큼 과열 우려도 상존했던 영향이다. 이른바 ‘AI 버블론’이 시장 내에서 꾸준히 제기됐고 엔비디아를 필두로 현 반도체 주 전반을 둘러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AI 투자가 과열됐지만 실제 수익화로 이어질지, AI 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반등 요건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이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51달러로 설정하고 있다. AI칩이라는 근본적 사업모델이 꾸준히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지연에 의한 3 분기 수요 공백, 낮아진 성장 가속도 등에 따라 엔비디아 주가는 단기적 관점에서 부침이 예상된다”며 “대선이 있는 해의 9월은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에 민감한 엔비디아 주가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판단한다”고 했다. “단기 조정 국면이 종료되고 4분기 지연된 블랙웰 판매가 시작되며 꾸준한 성장세를 증명할 경우 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 역시 높다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