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매력 떨어지자 韓 눈독 들이는 중국기업
“증권사 주관사 계약 체결 가능 문의 잇따라”
“잦은 자진상폐·허위공시 부담돼” 고사하기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최근 모 중국기업이 IPO(기업공개)할 수 있는지 문의가 왔는데 어렵다고 했어요. 사실 제대로 관리되는지 알 길이 없잖아요.” (한 증권사 IPO 담당자)
한동안 한국 증시에 발길이 끊겼던 중국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다시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물밑 소통하는 곳들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반면, 한국은 '밸류업'에 힘입어 보다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동전주'에 머물며 고전 중이다. 또 부실한 회계 처리 등으로 상장폐지가 잦았던 만큼 주관사들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총 22곳이다. 이 중 중국계 기업이 12곳으로 가장 많다. 2007년 8월 17일 코스닥시장에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첫 입성한 이후 총 25곳의 중국 기업이 상장했지만 절반이 한국 증시를 떠났다. 분식회계, 불성실공시, 자진 상장폐지 등이 주된 이유였다. 시장 우려가 커지자 지난 2020년 상장한 게임사 미투젠(현 고스트스튜디오) 이후로 상장 소식이 끊긴 상태다. 이 밖에도 ▷미국(6곳) ▷일본(2곳) ▷싱가포르(1곳) ▷라오스(1곳) 순으로 국내 상장 외국기업이 많았다.
최근 들어 증권가에는 중국 기업들의 IPO 도전이 다시 잇따른다고 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중국기업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실사가 가능해진 데다 최근 중국 증시 매력도 떨어지면서 한국으로 눈을 돌리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 허위 공시 등을 반복하며 시장 신뢰를 잃은 터라 대부분 고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정보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사기 등 사건 사고도 많다"면서 "최근 '밸류업' 정책으로 공시나 주주보호 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기에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부분 중국 상장 기업들이 동전주로 전락하는 것도 부담이다. 상당수가 공모가 대비 주가가 급락했다. 한 주당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곳(29일 기준)은 헝셩그룹(229원), 로스웰(710원), 컬러레이(630원) 등이다. 이 중 100원도 못 채우는 곳도 2곳이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5000원에 상장했지만 전날 75원까지 내렸다. 4000원에 공모했던 오가닉티코스메틱도 71원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윙입푸드는 올해 나스닥 상장 추진 소식에 힘입어 유일하게 동전주(1815원)를 탈출했다. 하지만 수개월간 상장이 지연되면서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상황이다.
올 들어 중국과 홍콩의 소규모 기업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미국 나스닥 거래소도 이들 회사의 IPO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도 중국 기업의 상장에 신중한 분위기다. 지난 2009년 상장된 중국원양자원이 상장 폐지되면 유가증권시장에는 중국기업이 한 곳도 없다. 2011년 회계문제로 거래가 정지된 후 상폐된 고섬사태 이후 연합과기·성융광전투자 등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한국 증시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중국 펀중(分眾) 미디어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계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도 문을 두드렸으나 작년 6월 공모를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