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 방문
개구부·사다리 전도 상황 등 체험
채험교육 외 이론교육도 강화 예정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셋까지 세면 떨어집니다. 하나, 둘, 셋!” “끄악!”
지난 22일 찾은 대전 유성구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 안전모 등 보호장비를 단단히 착용하고 개구부 추락 상황을 체험하는 곳에 올라섰다. 발밑 2미터(m)여 밑에 안전한 풀로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발밑이 푹 꺼지는 찰나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곳은 건설 현장의 위험 요소를 직접 체험해 사고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응급대처 능력 등을 높이기 위한 DL이앤씨의 교육시설이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중 절반은 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겪었다. 또 이들 중 60%는 추락사고로 숨지는 등 건설 현장엔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재해를 피하기 위해선 현장 관리뿐 아니라 근로자의 주의가 핵심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해당 시설 곳곳을 둘러봤다.
지난 2020년 말, 이전 개관한 체험관은 지상 2층, 연면적 1684㎡ 규모로 마련됐다. 체험관에선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18종의 재해를 체험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 체험, 가상현실(VR) 입체영상 활용 교육, 강의식 교육 프로그램 등도 마련됐다.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발주처 직원까지 교육받을 수 있다. 2019년 1월부터 올해 8월 21일까지 총 9124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에선 7곳 정도가 이런 교육 장소를 갖추고 있다. 홍성호 DL이앤씨 안전경영보건실 부장은 “외부 수료자들로부터 체험 콘텐츠의 다양성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추락·끼임·전도 등 건설 현장에서 주로 일어나는 사고를 선별해 교육받았다. 가장 먼저 굴삭기 시뮬레이터 뒤에 서서 장비 협착 상황을 마주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굴삭기, 지게차 운전자의 부주의로 근로자나 물품이 벽체 사이에 끼는 사고가 종종 빚어진다. 굴삭기 시뮬레이터가 ‘덜컹’ 소리를 내며 후진하자, 뒤에 서 있던 기자가 장비와 벽 사이에 끼일 뻔한 상황이 연출됐다.
덮개 및 안전경고판이 설치되지 않은 개구부가 갑자기 열리며 추락하는 상황도 경험했다. 교육자의 안내에 따라 추락체험시설 위에 올라갔고, 교육관의 안내에 맞춰 예고된 추락을 맞았지만 등골이 서늘했다. 이외에도 사다리·난간대가 흔들거리며 전도하는 상황,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을 탈출하는 비상대피상황, 철골 구조물 위에서 줄걸이 작업을 하는 VR 교육 등을 체험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교육 중 하나는 안전벨트 체험이었다. 과거 현장에서 추락 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 안전벨트는 ‘상체식’이었는데, 현재 ‘그네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상체식 벨트는 추락할 때 배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데, 이를 전신으로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착용해본 그네식 벨트는 상체뿐만 아니라 양다리에도 벨트를 채워, 하반신을 약간 뒤로 빼면 충분히 안정감 있게 매달릴 수 있었다. 반면 과거 쓰였다는 상체형 벨트는 고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괴로웠다. 단 10초 매달려 있었음에도 불구, 체중이 몸 한가운데로 쏠리며 복부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상당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를 체험한 협력업체 CEO가 ‘현장에서 꼭 그네식을 사용해야겠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같은 날 교육을 받은 DL이앤씨 협력사 관계자들도 직접 체험하니 안전의 중요성이 와닿는다고 입을 모았다. 송산-시화 연결도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성호 다올이앤씨 소장은 “심폐소생술(CPR) 교육과 전기교육을 받았는데,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DL이앤씨는 체험 교육뿐 아니라 강의식 교육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홍성호 안전경영보건실 부장은 “(강의 교육이) 현장에서 관리감독자들에게 정말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등 사안으로 정부 동향, 위험성 평가 등에 대한 교육이 중요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