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핵심기준 50억원 기준에 피해갈 임원들 많아”

“유동주식 비율 낮은 상장사엔 지분공시 중요…실효성 의문”

“차 떼고 포 떼면 남는게”…‘시행 한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 실효성 논란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주식시장에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임직원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시장에선 처벌 강도를 높이고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소유주나 임원이 주식을 팔 때 최소 30일 전에 의무적으로 사전에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50억원 이상 주식 거래’를 주요 기준으로 삼으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가 아닌 임원 개인이 50억원어치 거래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겠으며 ‘쪼개기’로 처분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또 ‘지분 1%미만·50억원 미만’ 경우 예외 조항으로 뒀는데, 유동주식 비율이 적은 기업의 경우 정책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최대주주·임원 등 회사 내부자가 과거 6개월간 합산한 기준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규모의 거래를 할 때 매매 계획을 사전 공시해야 한다. 증권의 예상 거래금액, 예상 거래가격과 수량, 거래기간 등을 거래 개시일 한달전(30일 전)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차 떼고 포 떼면 남는게”…‘시행 한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 실효성 논란 [투자360]

이번 시행령의 배경엔 날로 급증하는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56건) 중 대다수(19건)가 감사의견 거절·적자전환 등과 같이 결산시기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사례였다.

특히 주된 혐의자는 회사 내부자들이다. 혐의자 49명 중 25명이 당해 회사 내부자로서 대주주가 13명, 임원이 10명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대주주와 임원이 회피한 평균 손실액은 각각 21억2000만원, 1억8000만원 규모다.

하지만 이 사전공시가 시행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상장사 내부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대로 억제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50억원’라는 기준이 느슨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대주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말고 임원 개인이 50억원어치를 거래할 경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6개월 동안 매달 평균 8억원 넘게 주식을 매매해야 가능한 규모”라고 했다. 지분 1% 이상 또는 거래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설 경우, 쪼개서 처분하는 ‘꼼수’ 우려도 지적된다.

예외조항도 많은 편이다. ‘발행 주식 총수의 1% 미만’과 ‘50억원 미만’ 등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는 보고 의무를 면제해주는 조항까지 뒀다. 하지만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비율이 적은 상장사의 경우, 지분 1%를 밑도는 매도 물량이더라도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상속, 주식 배당, 주식 양수도 방식, 인수합병 등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거래도 사전 공시의무 대상에서 빠졌다. 연기금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도 사전 공시 의무자에서 제외됐다.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 공시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한해서 내부자 거래 동향을 미리 알려주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예외 조항 조건을 검토해본 결과, 적용 대상서 제외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50억원 기준 산출과 실효성을 묻는 질의에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의 중간값(약 5000억원)에 1%를 적용한 규모”라며 “기준 조정은 추후 경과를 보고 필요 시 실무적으로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 떼고 포 떼면 남는게”…‘시행 한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 실효성 논란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