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사무총장 서범수 ‘건설현장에서 바라본 중처법’ 토론회 개최

50억 이상 현장서 법 시행 후 중대재해 사망사고 되레 늘어

“고민없는 현행법…폐지하고 기존 관련법 보완·개선해야”

與, 3년차 중대재해법 부작용 재조명…현장선 “효과 의문”-“처벌 아닌 예방법 필요” [이런정치]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시행 3년차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 및 개정 필요성을 다시 조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영향권에 놓인 건설업계에서는 ‘처벌’에 초점을 맞춘 현행법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 나아가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실 주최로 ‘건설현장에서 바라본 중대재해처벌법’ 토론회를 열고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법 시행 이후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 발생 건수는 2022년 115명에서 2023년 122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며 “건설 경기 침체로 착공 건수가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사고 예방이나 근로자의 안전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처벌 위주의 법으로 퇴색되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관리가 다소 취약한 영세기업은 사고 발생 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어 중대 재해 예방·안전성 보장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진정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보호를 위한다면 중소기업 현장도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동훈 당대표도 서면축사를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도입된 제도가 경영주체 당사자들에게만 모든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인식되거나, 그렇게 운용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행법 한계를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2년 만인 올해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확대 적용에 반발하는 영세업계 요구를 반영한 ‘2년 유예안’의 국회 처리를 주장했지만 거대야당과 협의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유예안을 지난 22대 총선 공약으로 삼았고,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을 재발의하며 1호 당론으로 삼은 바 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오병한 경기대 산업안전공단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현장 안전’을 중시하는 건설업계의 문화 및 분위기를 조성하는 마중물이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법의 모호성 ▷건설기술진흥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령과 혼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행 능력차이 등은 개선점으로 꼽았다.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대상인 경영책임자가 전국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이행상태를 확인·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발생한 사고와 경영책임자의 직접적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법 개정 요구 뿐만 아니라, 현행법 폐지 필요성이 제기됐다. 황진성 성일건설 대표는 “법의 일괄적인 적용이 중소건설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법의 본래 목적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인력난, 재정적 한계 등을 이유로 현행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건설업계의 현실을 전했다. 황 대표는 “중소규모 건설업체는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다”며 처벌에서 벗어난 ‘중대재해예방법’ 도입 필요성을 호소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건설재해 등 산업재해가 다발하는 원인을 차분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없다”며 “현행법을 폐지하고 기존의 안전보건 관계법을 보완·개선하는 것이 현재의 난맥상을 해소하고 법의 규범력을 높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