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블랙 먼데이’…코스피 7%대 하락
흔들리는 주식시장에 채권 투자 수요 뚜렷
美 30년물 장기채 수익률 일제히 상승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5일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증시가 휘청인 반면, 장기채 ETF(상장지수펀드)는 일제히 상승 중이다. 금융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되며 이제는 미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큰 폭으로 내릴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오후 1시 46분 현재 국내 상장된 미국 30년물 ETF 상품들이 일제히 오름세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6.06%(610원) 오른 1만6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 투자 수요에 이달 초 역대급 엔화 가치 하락을 기록한 엔화가 재반등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는 같은 시각 레버리지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의 상승폭(6.26%)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피 하락장을 뚫고 장기채 ETF들의 주가도 오름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7% 넘게 급락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가 최악의 하루를 맞고 있다. KODEX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RISE미국30년국채액티브도 각각 3.07%, 2.85% 올랐다.
올 들어 개인들이 국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오는 9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는 금리 인하 시기가 아닌 금리 인하 폭으로 논쟁이 붙는 상황이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번지면서다. 2일 발표된 7월 미국 신규 일자리 증가 폭은 11만4000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21만5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채권 가격은 금리가 내릴수록 오르는데, 금리는 경제가 나빠질수록 더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연준을 따라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9월 FOMC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big cut)’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지출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실업률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연준의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침체 위험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인하 사이클 초반부에는 분기 25bp 이상 속도로 금리인하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