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보다 7조2000억원 늘어…올해만 9조 순매수
채권 ETF도 매수세 뚜렷…장기채 투자 수요 인기몰이
美 경기침체 우려에 연준 0.5%p인하 ‘빅컷’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채권개미들의 국채 투자 잔고가 22조원을 돌파한 것을 나타났다.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에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채권 개미’들이 막바지 매수에 열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빅 컷’ 전망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조만간 연준을 따라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2일 기준 개인들이 보유한 국채 잔고는 22조127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작년 말(14조9127억원)보다 약 7조2100억원이 늘었다. 채권개미의 국채 투자 잔고는 지난 5월 21조원대까지 불어났다가 6월 들어 20조원대로 줄기도 했다. 하지만 커지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달 29일(22조200억원) 22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개인은 올 들어서만 국채 9조10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개인들이 국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오는 9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는 금리 인하 시기가 아닌 금리 인하 폭으로 논쟁이 붙는 상황이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번지면서다. 2일 발표된 7월 미국 신규 일자리 증가 폭은 11만4000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21만5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채권 가격은 금리가 내릴수록 오르는데, 금리는 경제가 나빠질수록 더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연준을 따라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9월 FOMC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big cut)’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지출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실업률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연준의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침체 위험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인하 사이클 초반부에는 분기 25bp 이상 속도로 금리인하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했다.
손쉽게 살 수 있는 채권 ETF도 매수세가 뚜렷하다. 특히 장기채 투자 수요가 커진 모습이다. 최근 한달간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의 순자산은 1472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장기채 역시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는 20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이 몰렸다.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1574억원),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 H)(1092억원)도 1000억원이 넘게 순자산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