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시총, 2주 만에 ‘17.4조→15조弗’ 12% ↓
서학개미 M7 보관액 2주 새 65억弗 감소
‘AI 회의론’ 엄습…“기대 수익 대비 투자 지출 과도”
“M7 실적 다 보고 판단” 신중론도…조기 피벗 기대감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대표 빅테크(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M7)’가 2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엄습한 ‘인공지능(AI) 회의론’이 급등 후 조정장세 우려가 불거진 M7의 주가를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M7의 경우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개인 소액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몰렸던 종목인 만큼 이들의 손해액 역시 빠른 속도로 불어난 모양새다. 최근 2주간 M7 시가총액이 약 2832조원 감소할 때 서학개미의 M7 주식 보관액도 8조5000억원 가까이 줄어들면서다.
M7 시총, 2주 만에 12% ↓
26일 나스닥·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미 뉴욕증시에서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닷컴·메타플랫폼스·테슬라) 시총 합산액은 14조9980억달러(약 2경765조원)였다. 이는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종합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1만8647.45)를 기록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17조433억달러(약 2경3619억원)에 이르렀던 M7 시총과 비교했을 대 불과 2주 만에 2조453억달러(약 2832조원)나 줄어든 것이다. 감소율은 12%다.
이 기간 M7 종목별로는 엔비디아의 시총 감소율이 16.85%로 가장 컸고, 테슬라 -16.825%, 메타플랫폼스 -15.48%, 알파벳 -13.57%, 마이크로소프트 -10.25%, 아마존닷컴 -9.86%, 애플 -7.08%의 순서로 뒤를 따랐다.
서학개미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종목들이 대부분인 만큼 M7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 가치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종목별 보관금액 순위에서 테슬라(126억4152만달러)가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2위 엔비디아(116억8375만달러), 3위 애플(51억698만달러), 4위 마이크로소프트(37억3480억원), 6위 알파벳(24억1551만달러), 9위 아마존닷컴(15억8056만달러), 20위 메타플랫폼스(6억7070만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기준 M7 주식 총 보관금액은 378억3382만달러(약 52조3809억원)로 지난 10일 442억8680만달러(61조3151억원) 대비 64억5298만달러(약 8조9342억원)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M7 종목에 대한 순매도액이 3억4614만달러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주가 하락세만으로 서학개미가 보유한 M7 주식 보관액의 평가 가치는 61억684만달러(약 8조4549억원)나 줄어든 셈이다.
훌륭한(Magnificent)7 대신 비참한(Miserable)7
일각에선 최근 벌어진 M7 주가 하락세가 올 들어 과열 양상을 보였던 AI 랠리의 거품이 꺼지기 전 전조 증상이 아니냔 목소리도 나온다. 버블(거품) 붕괴란 극단적 표현까진 아니라도 ‘추세적 주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단 평가도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7에 대해 ‘매그니피센트(훌륭한)7’ 대신 ‘미저러블(비참한· miserable)7’이라 불러야 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스티브 클레이턴은 ‘소소(그저그런·so-so)7’이란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7 주가 약세가 AI에 대한 투자 효과에 의구심을 품는 것을 넘어 회의감으로 투심이 연결된 탓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M7 중 2분기 실적 시즌 첫 주자로 나섰던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의 실적공개 이후 이런 평가는 더 두드러진다.
앞서 테슬라 주가는 주당순이익(EPS)이 0.52달러로 미 월가 전망치(0.62달러)보다 16.13%나 밑돈 데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 공개 일정까지 기존 8월 8일에서 10월 10일로 밀린 것이 AI 회의론에 무게감을 더했단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어닝콜에 나와 직접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필요한 만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슈퍼 컴퓨터 ‘도조’의 능력 향상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사한 것도 우려를 가중시켰다.
알파벳은 전체 실적에선 시장 전망치에 부합할 정도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AI 투자액이 예상보다 크게 늘며 수익성 우려가 제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1분기 자본지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월가 전망 컨센서스(평균치)를 8%나 상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프로그램과 컴퓨팅 수요 지원을 위한 자본지출이 향후 AI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기대 수익에 비해 너무 큰 것이 아니냔 우려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걱정은 대표 AI 수혜주인 미 반도체 섹터도 강타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지난 10일 5904.54에서 25일 5005.36으로 무려 15.23%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미 증시에 직접 투자한 서학개미의 손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빅테크 주가 향방에 민감한 국내 증시 역시도 동반 하락세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지난 11~25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 등락률은 각각 -5.49%, -7.14%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섹터 ‘대장주’ 엔비디아의 약세 영향을 받은 국내 시총 1·2위 종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해당 기간 각각 8.43%, 20.34%씩 떨어졌다. 전기차 대표주 테슬라의 약세로 국내 주요 2차전지주는 ‘상장 이후 최저가’, ‘52주 신저가’ 등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MS·엔비디아 2Q 실적까지 지켜보고 판단해야”
빅테크 조정을 순환매의 자연스런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나온다.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르한은 “월가에서 경비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며 “상승세를 이끌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이제 하락세를 이끄는데 이는 대규모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미니 로테이션’으로 드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30일)부터 엔비디아(8월 28일)까지 이어질 M7 내 다른 기업의 실적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캐일라 새들러 전략가는 “대형주 및 성장에 대한 전망 등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면서 “실적을 둘러싼 공포가 있더라도 실적 성장세나 펀더멘털의 강세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윌리엄 더들리 전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7월 피벗론’을 들고 나오는 등 조기 피벗에 시장이 힘을 싣고 있다는 점도 기술주엔 유리한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마감 무렵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했다.
세테라의 진 골드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조정이 대체로 예상된 바”라며 “대형주가 고평가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조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