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는 한 때 최고 시청률 28.9%를 기록하며 KBS2 ‘개그콘서트’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던 프로그램이었다.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03년 4월 첫 방송된 이후 지난 12년 사이 시청률은 나날이 떨어졌고,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2013년 10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25분으로 시간대를 옮긴 ‘웃찾사’의 일 년 성과는 박수를 쳐줄 만하다.
‘모두가 잠든 시간대’이거나 유흥에 빠져들 ‘불타는 금요일’에 방송하면서도 6%대의 시청률을 기록,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10대 시청률은 물론 40대 남녀 시청률에선 단연 동시간대 1위다. 요즘 “‘웃찾사’도 재밌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근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웃찾사’의 부활을 이끈 네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웃찾사’의 최고 시청률을 써낸 이후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한 안철호 프로듀서와 ‘외압설’도 이겨낸 시사 코미디 ‘LTE뉴스’의 김일희, ‘웃찾사’ 1등 프로그램 ‘배우고 싶어요’의 안시우, ‘SNS 60만 클릭’의 기적을 달성한 ‘기묘한 이야기’의 오민우다.
▶ 부활의 법칙…“새 코너의 수혈 통한 다양성”=지난했던 침체기는 공교롭게도 ‘웃찾사’ 개그맨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언제라도 프로그램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개그맨들의 절박함을 키웠다. ‘웃찾사’ 소속 개그맨 150여명은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 매주 신규코너 3개씩을 선보인다. “조금만 지나도 시청자는 지겨워한다. 새 코너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 ‘웃찾사’가 좋은 평가를 얻는 데에 주효했다”고 안철호 프로듀서는 설명한다.
새 코너의 납품은 ‘웃찾사’의 다양성에 기여했다.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대표 코너 세 개가 있다. ‘웃찾사’ 시청률 1위 코너이자 수년 만에 첫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안시우의 ‘배우고 싶어요’다. 쉬운 대사와 멜로디에 약간의 율동을 곁들이며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 안시우의 이 코너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했다. “6~7분 정도 무대에 서는데, 첫 공연에서 2분을 넘어가니 사람들이 다 따라”(안시우)한 코너다. 묘한 ‘병맛’에 쉽고 강렬한 중독성이 동반되니 시청자의 마음이 금세 열렸다. 현존 1위 코너이지만, 중독성이 강한 만큼 쉽게 질리는 개그의 특성에 안시우는 “아쉬워도 재미없고 질린다는 반응이 나올 땐 과감히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김일희의 아이디어로 태어난 ‘LTE뉴스’는 ‘웃찾사’의 중심을 잡아준 ‘수훈갑’이다. “약한 사람을 공격하면 재미가 없다. 우리는 90%의 국민들, 어려운 분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서 오는 통쾌한 웃음이 있다”고 김일희는 설명했다.
간혹 ‘코미디언들이 뭘 안다고 자기들 생각을 떠들며 대중을 선동하냐’는 반응도 있지만 김일희의 생각은 다르다. “풍자개그는 선동이 아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힘을 가진 코미디”라며 “뉴스도 공정하지 않으면 선동”이라고 또 한 번 꼬집는다. “각사 코미디 프로그램은 시사 코미디를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지난 한 해 쉽지 않았다. 지금의 ‘웃찾사’는 한강 이남을 차지했다”(김일희)는 자신감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문제를 꼬집은 후엔 ‘외압설’이 나올 정도의 ‘이슈력’을 가진 풍자코미디 ‘LTE뉴스’가 존재하기에 “‘웃찾사’ 코너간의 균형이 생겼다”고 안 PD는 설명했다.
그 사이에 들어간 ‘기묘한 이야기’는 지난 몇 해간 인기를 모은 ‘공감형 개그’의 대명사다. 단지 ‘기기묘묘’한 분위기로 포장을 했을 뿐 “왜 신발을 새로 샀는데 냄새가 날까”라는 의문을 대사로 던지며 공감을 끌어낸다. 공감되는 상황을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다. “10명 중 3명이라도 공감하지 못하면 철저하게 아이템에서 배제”한다는 오민우는 일주일 내내 회의와 검증의 연속이다. 노력은 반응으로 보답받았다. SNS 상에선 ‘기묘한 이야기’ 영상이 공유되며 무려 8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웃찾사 미쳤다’는 댓글을 볼 때”(오민우)는 감개무량한 마음이라고 한다. ▶ 잃어버린 10년…하지만 “신드롬은 낯선 신선함에서 터진다”=부활까지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 안철호 프로듀서는 ‘웃찾사’로 다시 돌아오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개그는 디스를 할 수밖에 없는데, ‘웃찾사’가 추구하는 디스의 방향은 그동안 사회를 향한 것이 아니라 무대에 선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 줄로 요약이 불가능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개그”도 넘쳐났다. “시청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안 PD는 말했다.
‘웃찾사’로 돌아와 안 PD는 냉정해졌다. ‘웃음의 스피드’를 강화해 “웃음과 웃음 사이의 거리를 좁힐 만한 아이템을 발굴”했다. 한 번 웃기 위해서 1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쉴새없이 웃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유명 개그맨이 나와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웃기려는 부분도 철저하게 배제”했고, “연기파 개그맨의 수혈을 위해 최근 최국, 홍가람 등 MBC 개그맨들을 영입해 ‘웃찾사’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크고 작은 부침을 겪은 ‘웃찾사’가 ‘국민 코미디’로 자리하며 시청자들의 생활습관까지 길들여놓은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넘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이들에겐 자신감이 있다. “자신감마저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안시우)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자기비하도 나와도 이유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김일희 안시우 오민우는 ‘웃찾사’가 잃어버린 10년을 이겨낸 강점은 ‘낯선 신선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알려진 얼굴이 보여주는 익숙한 개그보다는 새 얼굴이 만들어내는 개그에서 신드롬은 터진다”며 “‘웃찾사’엔 더 좋은 자원들이 터질 때가 됐다. 시기와 조건이 맞으면 더 큰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희망사항…“‘웃찾사’가 제일 재밌네”= 네 사람에게 ‘웃찾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묻자, 저마다의 희망사항이 나왔다. “어? 저 사람 ‘웃찾사’에 나오는 사람인데”(안시우)라는 말이 나올 만큼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사코미디를 정착”(김일희)시켜 중심을 잡아주면서 “웃을 일 없고 제대로 할 말도 못하는 사회에 위안이 되는 웃음”(안철호 PD)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젠 “‘웃찾사’도 재밌다는 이야기 대신 ‘웃찾사’가 제일 재밌다”(오민우)는 벅찬 평가를 받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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