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주가 상황만 보면 ‘하이브(HYBE)’가 아니라 ‘다이브(dive)’ 아니냐.” (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하이브 존버(열심히 버틴) 2년 주주로서 많이 지켜봤는데, 멀티레이블 체제가 흥미로워서 주주가 됐던건데, 이걸 마이너스(-) 요소로 써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경영진은 제발 주가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네요.” (온라인 주식 종목토론방)
국내 주요 문화·콘텐츠 관련주 최고 부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주식재산 평가액이 올해 들어 1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종가 기준 방 의장의 주식재산 평가액은 2조2397억원으로 국내 개인주주별 랭킹에서 13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5일 기록했던 하이브 종가 17만300원은 종가 기준 ‘52주 신저가’ 기록이다.
방 의장의 바로 윗 순위인 12위에는 최근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2조3952억원)가 자리잡았고, 방 의장의 뒷자리인 14위에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438억원)이 뒤따랐다.
올해 들어 하이브 주가가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11일(25만6000원)이다. 이날 기준 방 의장이 보유한 주식재산 평가액은 3조3668억원에 달했다.
연중 최고가를 찍은 후 ‘52주 신저가’에 이르기까지 7개월간 기록한 방 의장의 주식재산 손실액은 1조1271억원에 이른다. 지난 25일 기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 규모가 1조91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 총액보다 더 큰 규모의 방 의장 소유 주식재산이 증발한 셈이다.
전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2% 오른 17만1700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 만에 반등 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초반 하이브 주가는 16만8100원까지 내려 앉으면서 장중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롭게 쓰기도 했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은 하이브에겐 뼈아픈 지점이다. ‘실적’에서도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 이어, 산하 레이블과 분쟁의 불씨조차 작아지긴 커녕 더 확산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산하 레이블의 인기 K-팝(POP) 걸그룹 뉴진스가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한 데 이어 일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좀처럼 우상향 곡선 위에 올라타지 못하는 이유로는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2분기 실적이 꼽힌다.
LS증권은 하이브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493억 원, 영업이익 63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 예상치(컨센서스·영업이익 746억 원)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다올투자증권도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잇따라 하이브 목표주가를 낮춰잡는 추세다. LS투자증권은 기존 31만원에서 27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은 기존 28만원에서 26만원으로 목표주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도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6% 하향한 31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하이브의 주가 하락세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분쟁을 단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배임 및 경영권 찬탈 의혹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지만 민 대표의 기자회견 반격 이후 여론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기업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민 대표는 박지원 하이브 대표와 임원진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배임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무고로 대응하겠단 입장을 내놓으며 양측의 강대강(强對强) 대치는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지우 LS증권 연구원은 “어도어 관련 이슈가 장기화하며 기대심리(센티먼트)가 악화해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여력(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하이브 주가의 반등세를 기대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에 BTS 진이 전역했고 4분기 앨범을 발매할 것으로 예상돼 이때부터 완전체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오지우 연구원은 “2025년 방탄소년단(BTS) 활동 재개와 저연차 지적재산(IP)들의 월드투어가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하면서 큰 폭의 이익 상승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306회에서는 월드투어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출연했다. 지난 2020년 11월 데뷔한 엔하이픈은 대표적인 하이브 내 저연차 IP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날 엔하이픈의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 리허설 현장도 공개됐는데, 특별 게스트로 나선 방 의장이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엔하이픈의 대기실을 방문한 방 의장은 멤버들과 서로 존칭을 썼다. 엔하이픈 멤버들도 “저희는 방시혁 피디님이라고 부른다. 피디님이 저희를 많이 존중해주신다”고 설명했다. 대화를 마친 방 의장은 멤버들과 헤어지며 머리 위로 손하트를 만들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