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후반부 덮친 ‘패트 격돌’…나경원 “잘못된 것 바로잡아야 공정”
당내서도 한동훈 비판…“나경원 당직 아니었다? 패트 당시 원내대표”
“당 차원의 부탁을 ‘피의자의 청탁’으로 보는 법조인 시각이 문제”
이명박 ‘다스’·박근혜 ‘국정농단’·이재명 ‘대장동’ 모두 당 경선서 제기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투표가 종료된 가운데 한동훈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요청’ 발언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 후보가 발언 하루 만에 사과했지만, 또 다시 하루 만에 나경원 후보를 같은 내용으로 공격하면서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야권의 특검정국에 명분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당권주자 4인은 전날 수도권·영남 지역을 돌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한동훈·원희룡 후보는 영남권을,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수도권을 방문했다. 이번 전당대회 권역별 선거인단은 영남권 40%, 수도권 37%다.
한동훈 “나경원 패트 공소 취하 요청, 개인적 청탁” 발언에 당내서도 ‘부글’
나 후보는 20일 기자들을 만나 한 후보를 겨냥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가 당시 공소 취하를 요청한 것을 ‘개인적 청탁’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취지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 당시 제대로 자세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용기 있는 발언을 하지 못하고 다른 말씀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치적 사건을 법적으로 재단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했어야 할 책무”라고 했다.
한 후보는 비례대표 사천·댓글팀 운영 등 의혹은 ‘근거 없는’ 비방이지만 본인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요청 발언은 ‘사실’이라는 이유로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네거티브를 정당화하려는 또 다른 네거티브”라는 의견이 다수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한 후보가 나 후보에게 ‘공소 취하 요청 당시 당직이 아니지 않았냐’고 했지만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 당시 원내대표였다”며 “법무부 장관이었을 때 공소 취하는 맞지 않았지만 당대표가 되면 공소 취하를 위한 여야 합의를 이루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자리에 따라 본인의 이념이 바뀌는 것도 옳지 않지만, 문제의 핵심은 당 차원의 부탁을 ‘피의자의 청탁’으로 보는 법조인적 시각이 당내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한 후보의 성격 상 본인에 대한 공격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준석 전 대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당 계파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 당 전체의 아픔을 본인 방어용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 후보의 부탁이 어떻게 개인적 청탁이냐. 나 후보의 수도권 지지세를 한 후보가 간과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도 한 후보의 발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8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한 후보의 발언이 ‘내부총질’이라는 ‘비토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를 며칠 남기지 않고 뱉은 발언이라 제재를 가하는 데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한 후보가 계속해서 비슷한 내용의 주장을 하면 주의 요청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다스’·박근혜 ‘국정농단’·이재명 ‘대장동 비리’ 모두 당내 경선에서 시작
1년 만의 전당대회가 후보 간 공방으로 점철된 가운데 “누가 당대표가 되어도 문제”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모두 당내 경선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던 것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차명 소유 및 도곡동 땅 의혹은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이 전 대표가 제기했던 것으로 탄핵 정국의 시발점이 됐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도 이낙연 전 총리 측의 폭로로 시작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한동훈 특검법’이 추진될 것이고 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야권에서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를 가지고 공격할 것이고 원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원 후보가 불을 지핀 비례대표 사천·댓글팀 의혹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며 “결국 세 후보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내지도부는 ‘대세론’의 한 후보가 대표직에 오를 경우 ‘당무’와 ‘원내 상황’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계와 견제 구도를 이루고 있고 이번 발언으로 당내 반발을 산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