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중 56% 돌파…3년반만에 역대 최고치
올 들어서만 10조 넘게 순매수…개인 6조 팔아
증권가 “여전히 저평가”…HBM 납품 기대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 들어 박스권에 갇혔던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 발표 소식에 거래대금이 폭증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를 폭풍 매수한 외국인의 비중도 3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진입 기대감까지다 더해져 정체됐던 주가도 새 국면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깜짝실적 발표에 거래대금 3.9조 '활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96%(2500원) 오른 8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1월 25일(8만9400원·종가 기준)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2분기 깜짝 실적 발표에 장 초반부터 거래가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날 거래대금은 3조8934억원으로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 규모(1조13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날 외국인은 오르는 가격 부담에도 삼성전자를 1조원(1조1846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의 선봉대에 섰다. 미국 AI, 빅테크를 필두로 반도체 기업으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외국인은 올 들어서만 삼성전자를 10조원(10조1100억원) 넘게 쓸어담았다. 반면, 개인은 이날 1조7270억원어치 순매도, 연초 이후 6조649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에 외국인 지분율도 3년 반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6.32%로 2020년 12월16일(56.03%)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비중은 2022년 하반기 49%선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초 다시 50%를 회복한 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1월2일) 54%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3월27일(55.07%) 55%대를, 이달 4일 56%를 돌파했다.
▶수출 호조+엔비디아 납품 기대까지…구조적 성장↑=그간 삼성전자는 AI랠리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과 반도체 수출 호조세, HBM 시장 진입 등 구조적 성장성 부각 등이 주가에 골고루 호재가 되는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주가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할지 여부였는데, 이제는 연내 가능하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록 HBM, AI칩 수주 경쟁에서 경쟁사들 보다 대응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AI 열풍에서 소외되는 면이 있지만, 일반 메모리의 업황 호전에 따른 가격 상승, 비메모리 손익 개선 덕분에 동사 실적은 매분기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주가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7조8000억원에서 44조5000억원으로 18%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제 동학개미들의 시선은 'HBM 시장' 진입 여부에 가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HBM 개발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HBM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오전 확정실적을 발표하는데,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가 HBM3e 양산 계획을 밝힐지도 관심사다.
▶증권가 "여전히 싸다" 평가 쏟아져=하반기 주가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반도체는 가격 반등으로 분기별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NAND 가격 역시 꾸준히 오르면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모바일도 하반기 성수기 효과로 2분기를 저점을 찍고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많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DRAM과 NAND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 감안 시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동사 이익 개선 효과는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여전히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높은 '11만원'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24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환산해보면 각각 12.4배, 1.9배로, 이는 역사상 밴드 상단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피어 그룹과 비교해도 EPS(주당 순이익) 성장률에 비해 PER은 저평가 영역"이라며 "동사 자체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밸류에이션 부담은 낮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