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원희룡, 각각 인천 당원간담회→유정복 시장 면담
TK·충청 맹주 면담 불발된 한동훈, 수도권서 돌파구 모색
“원희룡이냐, 한동훈이냐”…대세론 지우고 ‘양강 구도’ 강조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나란히 인천을 찾아 ‘1시간’ 차이로 지역당원 간담회, 유정복 인천시장 면담을 각각 진행했다. 앞서 대구·경북(TK), 충청 맹주들과 면담이 불발된 한 전 위원장은 인천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 뒤를 바짝 뒤쫓은 원 전 장관은 “원희룡이냐 한동훈이냐”라며 ‘양강 구도’를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는 장동혁·박정훈 최고위원 후보와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이날 오전 7시 인천 남동구에서 당원간담회를 갖고, 8시 인천시청에서 유 시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평소에 유정복 시장님을 존경해왔다”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집권여당으로 시민들의 인정받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총선을 치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 짧은 기간 동안 ‘찐한’ 정치 경험을 하신 걸로 생각된다”며 “당대표가 되시면 발전적 변화를 통해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게 되길 저도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일정은 지난달 28일 박형준 부산시장에 이은 한 전 위원장의 두 번째 광역자치단체장 면담이다. 한 전 위원장은 5일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비공개 조찬을 가질 예정이다.
한 전 위원장은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와 개별 면담이 불발되며 여권 주류의 견제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다른 지자체장들이 만남을 우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취재진 지적에 “변화를 이끌고자 할 때는 여러가지 다른 비판이나 반대를 하는 분들도 꽤 많다”며 “제가 잘 경청하고 바꿀 점이라든가, 더 부족한 점이 없는지 잘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보다 1시간 뒤인 오전 8시 남동구에서 당원간담회를 진행하고, 9시 유 시장과 마주 앉았다. 원 전 장관은 유 시장과 면담에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한 뒤 “그때의 아픔과 피눈물 나는 경험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가장 깊이 되새기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경험자로서, 또 우리 역사의 교훈을 가장 생생하고 몸으로 겪었던 그런 입장에서 제가 조언을 받고, 늘 지도를 받으면서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5년 박근혜 당시 대표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과거 ‘친박 핵심’ 인사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배신의 정치’ 이미지를 강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이냐 한동훈이냐, 또 다시 선택의 시간”이라며 “이번에는 원희룡에게 맡겨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그는 “제가 (총선 때) 비대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 내 선거에서 제가 하나하나 대응하진 않겠다”면서도 “나경원·원희룡 후보 역시 전국 공동선대위원장이셨고, 윤상현 후보는 인천 총괄선대위원장이셨다”고 꼬집었다.
한편 인천의 5선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경북 의성·청송, 영천, 경주, 포항, 영덕·울진을 향해 이틀째 TK 당심(黨心) 잡기를 이어갔다. 전날에는 대구 북구갑·을, 서구, 달성군과 경북 김천, 구미시을, 고령·성주·칠곡군에서 당원간담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