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양당 구도 맞잖아요.”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 시작을 기다려며 나경원 당대표 후보를 향해 원희룡 후보가 던진 말이다.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4명이 나란히 앉은 자리에서 한동훈 후보의 옆자리에 있던 원 후보가 한 후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어깨동무를 요구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두 후보에게 집중됐다. 이를 의식한 듯 원 후보의 옆자리에 있던 나 후보가 “너무 둘이 양강 구도처럼 그러는 거 같은데”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원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우리 양강 구도 맞잖아요”라고 받아쳤다.
비전 발표회 직후 원 후보는 기자들을 만나 한 후보를 겨냥해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의 철회를 촉구하며 “경험과 전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채상병 특검법, 당정 관계 등에서 연일 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당정 관계와 관련해서는 한 후보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원 후보는 선거 운동 일정에서도 한 후보와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 후보와 원 후보는 4일 나란히 인천을 찾아 ‘1시간’ 차이로 지역당원 간담회, 유정복 인천시장 면담을 각각 진행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이냐 한동훈이냐, 또 다시 선택의 시간”이라며 “이번에는 원희룡에게 맡겨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원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원 후보와 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인 한 후보에 맞서기 위한 막판 선거 전략으로 단일화 카드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인 의원은 이날 ‘김태원의 정치쇼’에 출연해 나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얼마든지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5일 전에 나경원 후보와 '우리 좀 도와달라'며 통화를 했다”며 “원 전 장관과 의논한 것은 아니지만 합칠 건 합치고 경쟁할 건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