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흉기로 심각한 위협을 하지 않았더라도 힘으로 상대방을 누르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면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여성계는 법원 판결에 환영의 입장을 밝힌 반면 남성단체는 판결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부부강간은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처음 판례로 확립된 것으로 지금까지 법원이 ‘부부 강간’으로 인정한 사건은 거의 모두가 흉기가 동원된 경우였다.
따라서 이번 ‘흉기 없는 부부 강간’ 인정은 법원의 ‘부부 강간’ 인정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일 여성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아내를 강간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징역형이 최근 확정됐다. A씨는 2012년 국제결혼 중개 업체를 통해 20살 이상 어린 아내 B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듬해 B씨가 한국에 오자 본격적인 신혼 생활이 시작됐다.
아내가 몸을 웅크리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A씨는 2개월 동안 10여 차례 강제로 성관계했다. A씨는 또 B씨에게 집에서 옷을 입지 못하게 했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몸 사진을 찍었다. B씨는 텔레비전을 보다 잠이 들었다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결혼 생활 두 달 만에 B씨는 가출했고 여성단체의 도움을 얻어 남편을 고소했다.
A씨는 작년 9월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김양호)가 진행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부부간에 정상적 성관계를 맺은 것일 뿐 아내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국제결혼을 해 혼자 한국에 와 남편 외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었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하기도 했다“며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것 말고는 사력을 다해 반항하는 등 적극적 항거를 시도하기 어려워 보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계는 남편의 성폭력에 시달려온 적지 않은 이주여성들에게 구제의 길이 열렸다며 환영했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많은 여성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막상 재판까지 가져가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적지 않은 이주여성들이 구제받을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성단체는 이번 판례가 위장 결혼을 부추기고 남성들이 국제결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 카페 ‘국제결혼피해센터’를 운영하는 안재성 대표는 “위장결혼을 하려는 외국 여성들이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폭력을 유도해 남편의 귀책 사유를 만들고 이혼해 위자료를 받고 한국 영주권까지 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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