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체 등 투자자 합류…포스트밸류 5300억

프랙시스 인수 이후 몸값 3.8배 증가

구주·신주 투자유치…내달 거래종결 앞둬

[단독] 중고거래 ‘번개장터’ 몸값 5000억 훌쩍…400억 투자 유치

[헤럴드경제=노아름·심아란 기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40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앞뒀다. 전체 지분가치(Equity Value)는 5000억원 이상으로 책정되면서 2년 만에 2배 가까이 투자 가치가 상향됐다. 이번 투자유치를 기점으로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는 4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골자로 하는 본계약을 이날 체결했다. 구주와 신주 거래가 동시에 이뤄진다. 구주를 정리하는 주주는 초기 투자자인 원익투자파트너스와 베이스인베스트먼트로 파악된다.

신주의 경우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다. 약 250억원 안팎의 자금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주금 납입일은 내달 초로 예정돼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에 번개장터의 포스트 밸류(post-value·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약 5300억원으로 평가했다. 2020년 초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이하 프랙시스)가 번개장터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지분가치 1400억원과 비교하면 3.8배 상당 높아졌다. 직전 투자 라운드였던 2021년 11월 프리 밸류 약 3400억원과 비교해도 1.6배가량 상향됐다.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은 물론 플랫폼 기업의 투자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기조 속에서 번개장터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점이 긍정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거래액(GMV) 규모와 함께 사용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며 번개장터 밸류에이션을 제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번개장터는 현재 거래액 2조5000억원, 가입자 수 200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번개장터는 리커머스(재거래) 기술기업으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중고거래 본연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화'에 집중한 덕분에 지난해 플랫폼 기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특히 작년 10월 정가품 검수 서비스인 번개케어를 론칭한 이후 패션과 하이엔드 명품 카테고리에서 3040 사용자가 유입되며 거래 전환율과 GMV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번개페이나 번개케어 등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 올해 매출 2배 성장과 함께 흑자전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MZ'의 대표앱으로 익숙한 번개장터는 최근 해외 탭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최초로 해외 플랫폼과 연동하는 차별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번개장터는 검수서비스 론칭과 안전결제 정착으로 매출 성장세가 가시화 됐으며 중고거래를 라이프스타일이자 소비 패턴으로 여기는 MZ와 알파 세대의 대표 앱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번개장터의 전신은 퀵켓(Quicket)이다. 프랙시스가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이후 최근에는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mercari)와 단독 파트너십을 체결, 이를 기반으로 ‘해외 탭’ 기능을 론칭하는 등 국내 선도 리커머스 업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되면 프랙시스가 번개장터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600억원을 넘어선다. 2020년 국내 벤처캐피탈(VC)을 대상으로 5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던 게 시작이다. 당시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S2L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현 CJ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2년에는 총 82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해당 라운드에서 프랙시스캐피탈 역시 번개장터에 200억원을 추가 출자했으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도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신한금융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시그나이트파트너스도 주주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