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번주 중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방침 통보
BYD 세계 전기차 시장 1위…글로벌 점유율 20% 넘어
볼보는 미·EU 견제에 생산 기지 이전 검토 중
한국 반사이익 기대…“11월 대선 결과 주목해야” 의견도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유럽연합(EU)이 금주 중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통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EU는 이르면 12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마무리하고, 중국 측에 관세 부과 방침을 사전 고지할 전망이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이 자국산 전기차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EU 내 저가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EU는 전기차 외에도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의료기기, 주석도금 강판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의 예상대로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할 경우ㅡ 중국 정부는 4주간 동안 EU 측 결정을 반박할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
영구적인 관세 부가 결정은 오는 11월 EU 회원국의 지지를 받으면 확정된다. 현재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향후 관세율이 15~30%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세계 전기차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본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전기차 시장을 육성했고, 최근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BEV+PHEV 기준) 시장에서 상위 10개 브랜드 중 중국 기업이 4개(BYD·지리·SAIC·창안)에 달했다.
BYD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86만7000대를 인도하며, 시장 1위(점유율 20.2%)를 기록했다. 전기차 강자로 꼽히는 테슬라(48만3000대)를 큰 차이로 제쳤다.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역성장하며 2위(점유율 11.3%)에 그쳤다.
특히 BYD는 유럽·남미·동남아시아에서 급성장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BYD의 유럽 내 첫 번째 공장인 헝가리에서는 내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유럽 내 두 번째 공장 건설도 고심 중이다.
스텔라 리 BYD 유럽 및 미주 지역 최고경영자(CEO)는 EU·미국 등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 “중국 자동차가 품질이 좋고 경쟁력이 뛰어나며 접근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저렴한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유럽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2010년 중국 지리에 인수된 볼보는 ‘EX30’과 ‘EX90’ 등 전기차 일부 모델의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벨기에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관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 역시 앞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키로 했다. 또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7.5%→25%(연내) ▷리튬이온 비(非)전기차 배터리 7.5%→25%(2026년) ▷배터리 부품 7.5%→25%(연내) 등으로 각각 관세를 올린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등 미국과 EU에 전기차를 적극 수출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관세로 타격을 맞는 사이 우리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 중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유럽이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전쟁을 진행할수록 현대차·기아는 반사 이익이 예상된다”며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는 글로벌 판매의 5% 미만 비중이며, 미국·유럽에서는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국산 차량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국 대선에 따른 한국 자동차산업의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권 재집권의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관세 부과 시 수출 물량이 현지 생산 물량으로 대체되면서 자동차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9%를 기록했다. 완성차 수출에 있어서도 미국 시장 의존도는 45.4%였고, 전기차 수출의 경우 미국 비중은 35%로 집계됐다. 특히 전기차 수출 증가율은 2019~2023년 연평균 56.2%이었던 반면, 같은 기간 대미(對美) 전기차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8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