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

상법 개정 혼란 우려에 “‘경영 판단의 원칙’ 명료화해 보완”

이복현 “이사 충실의무 확대 필요…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 [투자360]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경영진 대상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경영 판단의 원칙’을 법에 명료화해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12일 오전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 축사에서 “쪼개기 상장과 같이 전체주주가 아닌 회사나 특정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4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주주 중심의 경영문화 정착 등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상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 원장은 주주 이익 보호를 담은 상법 개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및 모범회사법은 명시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영국, 일본 등도 판례나 연성규범(지침 등)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예시를 들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선 ‘경영판단의 원칙’을 보장하는 등 보완 장치 없이 상법 개정만 이뤄지면 이사를 향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경영 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기업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회사 이사나 임원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권한 내 행위를 했다면 그로 인해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해도 회사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즉, 투자나 기업 인수로 주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애초에 이사들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