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유혜림 기자] ‘AI(인공지능)의 총아’ 엔비디아가 금주부터 10대 1로 분할된 가격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한다. 한때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하며 애플의 시총도 넘어섰던 엔비디아가 주식 분할 후에도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가 이전 대비 부담이 낮아진 만큼 추가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 분할이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으나 가격 부담을 낮춰 매수세를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엔비디아의 높은 성장 지속 여부에 불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액면분할과 같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수익성이 정점을 찍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엔비디아의 예상 매출총이익률은 75.8%로 최고치를 찍고 2027년 70.6%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엔비디아의 경쟁자로 꼽히는 AMD는 같은 기간 53.4%에서 57.7%로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체인 기업 중 매출총이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주가도 부진한 추세를 나타냈다”며 “엔비디아가 독점 기업 성격이 강한 만큼 앞으로 타 공급기업들의 이익률 성장이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세계 10대 갑부 대열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젠슨 황 CEO는 6일(현지시간) 기준 자산이 1063억달러(145조3000억원)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서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바로 위에 있는 델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클 델 회장(1072억달러.12위),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1093억달러. 11위)과 차이가 크지 않다.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1358억달러.10위)까지 제치면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버핏에 비하면 자산이 약 300억달러 적지만 최근 기세라면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다.
젠슨 황 CEO의 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622억달러 증가했다. 자산 증가액 기준으로는 세계 부호들 가운데 단연 1위다. 올해 들어 메타 창업자 겸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474억달러,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각각 300억달러대, 버핏은 160억달러 늘었다.
황 CEO의 자산은 작년 초엔 135억 달러(128위)였는데 약 1년 반 동안 약 8배로 불어났다. 그는 올해 2월에 세계 갑부 순위 2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달 23일엔 17위(913억달러)로 올랐다. 최근엔 세계 15명뿐인 자산 '1000억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젠슨 황 CEO는 순식간에 빅 테크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고, 말 한마디로 삼성전자 주가를 움직였다.
삼성전자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에 관해 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5일 삼성전자 주가가 3% 가까이 올랐다.
개인적 인기까지 치솟으면서 세계적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빗대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가 개최된 그의 모국 대만에서는 가는 곳마다 셀카와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젠슨 황 CEO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AI 열풍에 힘입어 고속 질주했다. 그는 엔비디아 발행 주식의 3.5%가 넘는 867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말 대비 140% 이상 올랐으며, 지난달 23일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후엔 더 가파르게 뛰었다.
5년 전인 2019년 5월 말엔 33달러대에 불과했는데 최근엔 1천달러를 돌파하고 이젠 1200달러까지 넘었다. 특히 지난 5일엔 시가총액 3조달러를 찍으며 애플을 꺾고 MS에 이어 2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8개월 만인 지난 2월 2조 달러를 돌파했고, 다시 4개월 만에 3조 달러를 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5일 기준 9조2천억달러 규모로, 중국 본토 거래소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주식의 시가총액(9조달러)을 넘어선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1위 부자는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2148억달러)이고 이어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2074억달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2033억달러), 메타 CEO 저커버그(1755억달러), 구글 공동 창업자 페이지(1571억달러), MS 창업자 빌 게이츠(1542억달러),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1469억달러), MS 전 CEO 스티브 발머(1467억달러), 오라클 공동 창업자 및 이사회 의장 래리 엘리슨(1379억달러) 순이다. 한국인 중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5위(98억달러)로 가장 높다. 이 회장의 자산은 올해 들어 4000만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