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운영위·과방위 몫 두고 공방
巨野 “국회법 시한 내 결론 내려야”
與 “법사위 맡을거면 국회의장 달라”
연금개혁 등 민생과제 출발도 못해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신현주 기자] 여야가 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원 구성 법정 시한(6월7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당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면 단독 과반을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포함한 18개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전부 차지하는 ‘독식’ 사태가 재현되며 9월 정기국회 운영마저 불투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대화하고 타협하되, 시간 내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국회법과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는 것이 총선 민심과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법정 시한 내 처리 입장은 재확인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시간만 허비한다면 표결을 통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오는 7일 야당 단독으로 원 구성 표결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 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민주당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소수당에 불복만 강요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법 정신과 관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의회독재를 꿈꾸고 있다”며 “만약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맡아야한다면 국회의장을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 그게 견제와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도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면 국회의장직을 저희에게 넘겨 달라”고 한 바 있다.
여야의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운영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위원장이다. 민주당은 의석 수에 따라 11개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하되, 법사위·운영위·과방위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법사위는 국회의장(원내 1당)이 소속되지 않은 원내 2당이, 운영위는 집권여당이 위원장을 맡는 국회 관례와 배치된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위원장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후반기 기준 7개 상임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를 포함한 외교통일위·국방위·기획재정위·정보위 위원장을 맡았다.
만일 여야가 시한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때와 같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협상이 불발되자 정보위를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는데, 이는 32년 만에 첫 사례였다. 이 경우에는 원 구성이 완료되더라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상임위원장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기국회까지 파행을 거듭한 바 있다. 여야가 이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연금개혁 등 민생 관련 논의도 힘을 받기 어렵다.
물러서지 않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당 원내지도부는 독식 사태가 재현되더라도 주요 상임위를 최종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원내지도부는 ‘원 구성 협상이 종료될 때까지 이견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