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硏, 단파장 적외선 센서 필수 고품질 화합물 반도체소재 개발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전투기 레이더, 자율주행 차량 카메라, 스마트 IoT 센서 등 첨단산업 분야의 ‘눈(眼’)으로 활용되는 화합물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전략기술연구소 이상준 박사 연구팀이 초고감도 단파장 적외선(SWIR) 센서에 쓰이는 고품질 화합물 반도체 소재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SWIR 센서는 대역의 특성상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적외선과 물체가 직접 방출하는 적외선 모두를 탐지할 수 있다. 야시경을 비롯한 군사 장비에 주로 활용되어왔으나 최근에는 자율주행 차량부터 반도체 공정 모니터링, 식물 성장을 관찰하는 스마트팜 카메라까지 쓰임이 다양해지고 있다.
적외선 센서에서 빛(광신호)을 감지하고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은 반도체 소재가 수행한다. 첨단분야에 활용되는 SWIR 센서에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가 사용된다. 단일 원소 기반인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전자 이동성이 월등히 높아 미량의 빛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SWIR에 가장 흔히 쓰이는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인듐-포스파이드(InP) 기판 위에 인듐-갈륨-아세나이드(InGaAs)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증착)시킨 InGaAs 소재다. 하지만 InGaAs 소재는 제작 공정에서 발생하는 격자 불일치와 자체 물성의 한계로 인해 일정 성능 이상의 SWIR 센서를 제작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InP 기판 위에 인듐-아세닉-포스파이드(InAsP)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시킨 InAsP 소재를 새롭게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InGaAs 소재보다 상온에서 신호 대비 잡음이 낮아 신뢰도가 높고, 성능 저하 없이 광검출 가능한 대역도 넓어졌다.
기술의 핵심은 격자 불일치를 완화하는 메타모픽(격자이완층)을 제작해 도입한 것이다. 연구진은 두 박막(기판과 광 흡수층) 사이에 As와 P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성한 메타모픽 구조를 삽입하였다. 이는 물성과 격자 크기가 다른 두 박막이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격자 변형을 크게 완화해 높은 품질은 유지하면서 밴드갭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상준 박사는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국가 전략물자로 해외 수입이 쉽지 않아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번 개발한 소재는 즉시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전투기용 레이더, 의약품 결함 검사,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등 미래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2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