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부동산만 투자하는 형들은 엔비디아 주가 오르는 것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속이 쓰리나요? 아니면 별 생각 들지 않나요?”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를 주도 중인 ‘대장주’ 엔비디아의 ‘사상 최고 주가’ 기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글을 남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이겨낸 정신력을 존경한다는 반응을 남겼다. 한 네티즌은 “나도 주식이랑 코인해서 용돈벌이하는데 버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속 쓰리지만 다시 돌아가도 부동산에 투자할 것 같다. 살 집 한 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2년 전으로 돌아가서 풀대출 받아 엔비디아에 한 3억 들어가고 싶다”고도 댓글을 달았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가 국채금리가 급등한 여파로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서도 엔비디아 주가는 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39.09포인트(0.74%) 하락한 5,266.95에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11.32포인트(1.06%) 떨어진 38,441.54, 나스닥종합지수는 99.30포인트(0.58%) 밀린 16,920.58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하락세는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가 주도했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27개가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 등 대형 우량주는 보합권에서 머물렀던 가운데 소비재와 금융, 의료, 산업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골고루 하락세가 나타났다.
이날 주가 하락은 미국 중장기물 국채금리가 이틀째 급등한 여파로 해석된다.
채권금리 상승은 통상 기술주에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성장주인 기술주는 고금리 환경에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주식이 기술주라는 점에서 국채금리 상승은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PL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 기술적 전략가는 “오늘은 모든 것이 말 그대로 금리에 관한 것이었다”며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불편한 수준에 도달했고 일부 투자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압박했다.
연준은 5월 베이지북에서 비관적인 경기 전망도 다소 늘었지만 “미국 경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살짝 혹은 완만하게(slight or modest)’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반도체 대표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85% 급락한 5219.32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1% 상승한 1148.25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후 4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 2위 애플과 시총 격차는 더 줄어들었다.
한편, 30일 국내 증시는 미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까지 떨어진 점은 시총 상위 반도체주에도 하방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0.3~0.6%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일 국내 증시는 현-선물과 차익거래를 통한 매도 압력으로 월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전날 코스피는 결국 낙폭을 키우다가 전장보다 45.55포인트(1.67%) 내린 2,677.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48% 내렸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1조366억원)과 코스피200선물시장(1조5424억원)에서 각각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코스피 현물의 경우 지난해 7월 25일(1조3630억원) 이후 10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액을 기록했다. 코스피200 선물 순매도 규모도 지난해 8월 2일(2조2952억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김석환 연구원은 “글로벌 국채 수익률 상승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70원을 돌파할 것”이라며 “증시 하방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