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21일 전원회의를 열고 올해 첫 심의를 시작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될 최저임금위는 노동계와 사용자 양측의 생각이 많이 달라 회의 마다 격론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노동계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사실상 2년 연속 하락했다며 큰 폭 인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이어서 결론 도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최저임금위 논의의 최대 핵심은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 도입 여부다. 현행 최저 임금은 9860원이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분인 3.6%만 반영해도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경영계의 고충이 크겠지만 치솟는 물가에 노동계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한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상공업자들은 인상된 최저임금을 줄 형편이 안되면 결국 문을 닫거나 고용인을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다 받지 못한 근로자가 301만명이나 되고 음식 숙박업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0.6%)이 직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이라고 한다. 자칫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일자리만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최저 임금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다. 지역과 업종, 연령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이미 사회적 공론화도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고령층 간병과 육아 비용 부담이 국가 경제에도 손실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그 해법으로 홍콩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들며 외국인 노동자 차등 임금 적용안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해선 안된다”며 필리핀 가사도우미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 제도가 되레 이들을 궁지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노동계는 직시해야 한다. 지역과 업종, 사업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천차만별인데 획일적으로 같은 수준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등화는 결코 ‘차별화’가 아니다. 상황과 능력에 따른 격차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전반적 시행이 당장 어렵다면 업종별 차등화라도 먼저 시행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위 여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무엇이 국가경제와 궁극적인 근로자의 이익인지 깊이 고민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