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에 대한 실적 기대에 따른 반도체주(株) 랠리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월가(街) 전문가들은 일제히 엔비디아에 대한 목표 주가를 1000달러 이상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08.91포인트(0.65%) 오른 16,794.87을 나타냈다. 나스닥지수는 오는 22일(현지시간)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 기대를 중심으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86포인트(0.09%) 오른 5,308.13으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에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6.82포인트(0.49%) 내린 39,806.7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에 종가기준 4만선을 돌파한 후 이날은 반락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다.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구성하고 있는 전 종목이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전 거래일 대비 2.15% 오른 5090.35에 장을 마쳤다.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2.49% 상승한 947.80달러를 기록했고, 시간 외 거래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AMD(1.13%), 브로드컴(1.34%), 마이크론(2.96%), 퀄컴(2.01%), TSMC(1.23%), 인텔(0.85%), ASML(1.56%) 등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미 월가 전문가들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도 이어졌다. 투자금융회사 스티펠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910달러에서 1085달러로, 베어드는 1050달러에서 1200달러로, 바클레이스는 850달러에서 1100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날 더 높은 곳을 향해 고공행진할 수 있었던 주가지수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신중론이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2024 금융시장 컨퍼런스(FMC) 환영 연설에서 “기본 전망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도 “대부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은 애틀랜타 연은이 주최한 FMC 행사에서 “1분기 인플레이션 수치는 실망스러웠다”며 “금리인하로 통화정책 완화를 지지하기를 바랐으나 이런 결과는 추가적인 자신감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모기지은행가협회(MBA) 2024년 자본시장 컨퍼런스 및 엑스포에서 “고용시장이 더 나은 균형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하락도 원했던 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금리가 제약적 영역에 있다고 본다”며 들어오는 데이터와 전망, 위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파(긴축 선호)’적 시각을 드러낸 당국자도 있었다.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본 전망은 아니라면서도 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메스터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내려올 것으로 여전히 생각한다면서도 “빨리 내려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CME그룹의 페드와치툴에 따르면 9월 미 연준의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49.6%를, 금리동결 확률은 38.2%를 나타냈다.
21일 국내 증시에선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반도체주의 움직임이 미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4% 상승한 2,742.14로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7거래일 만에 반등하는 등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고, 자동차와 금융업종 등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 역시 오름세로 지수를 견인한 결과다.
이날 국내 증시에선 전날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이미 오른 점은 이날 상승 전망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가 약보합권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HLB발(發) 바이오주 급락 여파 등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한 코스닥 지수는 이날 기술적 반등이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관측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 중심의 상승 출발이 예상되지만 엔비디아 실적 관망심리, 바이오 업종 수급 변동성 등으로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또 미 연준 이사들의 매파적 발언과 관련, "시장은 매크로 불확실성이라는 족쇄를 당분간 달고 가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해 증권사가 제시한 최고 목표주가는 각각 12만원(한국투자증권, KB증권), 26만원(다올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