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K하이닉스가 한때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20만원 선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인 한 주를 보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었던 ‘대장주’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란 호재가 국내 증시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주가엔 상승 재료로 활용되면서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가 다음 분기를 넘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생산 중인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선 글로벌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도 추가 상승세를 탈 지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한 주(20~24일) 4.58% 상승했다.
한 주간 SK하이닉스 주가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당 20만원)’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16% 오른 20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20만3500원으로 장을 시작한 뒤 장중 오름세를 유지하며 20만4000원까지 올랐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장 한때 19만8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종가로도 20만원대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가 장중·종가 2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최고가는 현대전자 시절이던 1999년 9월 22일의 장중 고가 77만480원이지만, 이는 2003년 실시한 21대 1 감자를 반영한 것으로 당시 실제 주가는 4만3400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20만원 고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한 것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어 대표적인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수혜를 입을 첫 번째 기업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한 HBM3E 12단 제품 샘플도 이달 중 제공하고 오는 3분기에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매출은 260억4000만달러(35조6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6.12달러(8366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EPS는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246억5000만달러, 5.59달러를 각각 5.64%, 9.48% 웃돌았다. 1년 전 같은 기간 매출(71억9000만달러), EPS(1.09달러)와 각각 비교했을 때는 262.17%, 461.47%씩 급등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점은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5~7월) 매출 예상치로 엔비디아가 280억달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베스팅닷컴 집계치(265억4000만달러)를 5.5% 상회하는 수치다. 미 월가(街)는 주당 순이익도 5.94달러로 예상한다.
당장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1032.99달러까지 치솟으며 ‘천비디아(엔비디아 주가 1000달러)’에 도달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간 상승폭이 막판 꺾인 것은 전날 ‘차익 실현’에 나서며 1873억원어치 SK하이닉스 주식을 순매도한 기관 투자자의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 19만8600원에 장을 마치며 전날보다 0.7%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연예인 주식 고수로 알려진 전원주 씨가 과거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이 10년 넘게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던 게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씨는 지난 2021년 유튜브 채널 ‘부꾸미’에 출연해 자신이 SK하이닉스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 중인 장기 투자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재테크 강연을 다녀온 뒤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했던 2010년 초반 SK하이닉스 주가는 2만원 초반대였다. 유튜브에 출연했던 2021년 SK하이닉스 주당 13만원 대였다. 전 씨가 SK하이닉스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 중일 경우 주가가 1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전 씨는 SK하이닉스 외에도 일찌감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 등 미국 빅테크 기업 주식에도 적극 투자하면서 주식으로만 30억원을 번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 주가가 앞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쪽으로 베팅하는 분위기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작년 48%였던 HBM 예상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올해는 60%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HBM3·HBM3E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경쟁사(삼성전자)의 생산량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사의 올해 점유율 격차는 상당히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하반기 (HBM)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전망인 만큼, 현재의 높은 가격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 세계 AI 서버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 업체인 SK하이닉스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제시액 컨센서스(평균치)는 22만5200원에 이른다. 목표주가 최고 제시액은 26만원(다올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