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④
[헤럴드경제(미국령 사이판)=함영훈 기자] 마리아나제도에는 수심 1만1034m의 마리아나해구가 있기 때문에 주변 섬들은 ‘빙산의 일각’처럼 바다산의 수면 위에 존재한다. 그래서 사이판,티니안,로타,괌섬 등 마리아나 사람들 중 일부는 “에베레스트 보다 높은 산 위에 산다”고 너스레 한다.
한옥창호 느낌의 로비, 다양한 꽃 정원, 에메럴드 앞바다, 야자수, 워터파크, 한국입맛에 맞는 미식 등이 어우러진 크라운플라자에 여장을 풀고, 한국인 일행은 사이판 바다 반대쪽, 내륙 경사면으로 향한다.
등산애호가들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최고봉에 오를 때의 기분이 여느 육지의 고산 등반 보다 유쾌, 상쾌하다는 것을 잘 안다. 바로 360도 수평선 조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이판의 타포차우(Tapochau)산이 그렇다. 해발 474m 높이이다. 입담꾼의 너스레로 치면, 마리아나해구로부터 1만1500m높이이다.
차로 9부능선 주차장까지 오를 수 있고, 걸어서 등산을 한다면 현지 데일리투어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입구엔 ‘세계 인류 평화가 이룩되도록’이라는 한글 비목이 영문 연혁 안내판과 함께 나란히 서 있다.
정상에선 섬 선체를 360도 조망한다. 동쪽 180도를 보나, 서쪽 180도를 보나 수평선은 둥글다.
가이드 미키(한국명 김민기)씨는 “이곳에 오니 지구가 둥글다는 것, 아시겠죠?”라고 농반진반 한다. 미키는 10세 무렵 이곳에 입양돼 차모로 어머니와 사모아 출신 아버지를 모시면서 전통공연단 리더를 하고 있는 양동생과 함께 우애를 나누며 한국-마리아나 제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침 일찍 오르니 동쪽바다는 은빛이 되었고, 서쪽 근해는 햇빛을 받아 연청록의 빛이 더욱 선명하다. 때마침 평화의 희망을 말해주듯 서쪽 바다 위, 미군 군함 뒤로 무지개가 떴다.
북서쪽으론 ‘물에 둘러싸인 육지’ 마나가하섬이 보이더니 남쪽으로는 ‘육지에 둘러싸인 물’ 수수페 호수가 보여 대조를 이룬다.
둘이 좀 닮았고 크기로 보아 마나가하섬을 번쩍 들어다가 수수페 호수에 넣으면 거의 맞겠다. 남서쪽으론 한국인 징용자 후손이 많이 살았다던 티니안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받침석을 포함해 5m 가량 높이의 예수상이 있다. 구세주가 이곳에 평화를 영원히 정착시켜줄 것이라 믿으며 세운 상이다. 매년 부활절 때마다 원주민 차모로인들이 올라와 예배를 한다. 원주민들 사이에 ‘콘크리트 지저스’라는 속칭도 가졌다. 굳이 고급석재 쓰거나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예수상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난 뒤 50m 가량 걸어서 전망대로 이동한다. 이곳에는 평화 수호 연합군의 리더인 미국이 일제 전범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들, 타포차우 계곡에서의 비극 등을 전하는 기록사진 몇 점이 설치돼 있다.
미군과 일제 전범들도 희생되었고, 징용됐던 한국인-유구인(오키나와)-차모로인도 패색 짙던 일제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곳의 여러 기록사진과 설명 중, ‘미군 침략에 대한 일본군 준비(Preparing for Invasion)’이라는 제목은 마치 미국을 침략자 같은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어, 잘못돼다는 느낌과 함께, 일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 관광객들에게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9부 능선으로 과거, 현재의 부유층이 집을 지어놓았다. 토착민 자본가, 외국인 투자가, 옛 일제 권력가의 집들이 보인다.
타포차우산 높은 곳에 있는 집들이 매우 비싼 이유는 경치 좋고, 선선하며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는데다, 천재지변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타포차우 산에서 동서남북 해안선과 수평선 외에 눈에 띄었던 마나가하섬은 사이판 마이크로 비치에서 2.5㎞떨어진 북쪽 끝과 닿아있는 타나파그 산호초 군락지에 있다. 섬 둘레가 1.5km 정도로 걸어서 15분 정도면 일주할 수 있는데, 사이판에서 가장 유명한 스노클링 지역이다.
수수페 호수는 마나가하섬 보다 약간 크다. 호수 둘레가 약 1.6km로 사이판 최대의 담수호다. 타포차우산 땅 속 필터링을 거쳐 맑은 물이 샘 솟듯 고여, 건기에도 마르지 않는다. 마운트 카멜교회에서 타포차우산쪽으로 600m 가량 걸어들어가면 만난다.
이제 사이판은 바다, 섬 외에 산, 호수 여행도 즐기는 양수겸장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계속〉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5월13일 ▷원폭 출격한 티니안 가보니, 푸른 파라다이스였다 ▶5월14일 ▷국제 먹방 대회 1위 한국인, 선명한 복근 과시 ▷숨은 보석섬 티니안, 열 빛깔 바다를 품었구나 ▶5월20일 ▷사이판서 등산,승마? BTS순례코스 까지, 즐길 것 늘었다 ▷타포차우산 등정하니 비로소 지구는 둥글다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징용 희생자 추모에, 공군사관 생도들 “나라 꼭 지켜내겠다” ▶5월23일 ▷호기심 천국 티니안 한바퀴..“하루속히 배 띄워야” ▷“작은 고추가 맵다” 티니안 페퍼와 한국인 후손들 ▷티니안 동해에서 서해까지, 선샤인&다크 투어 가이드 ▶5월 27일 ▷여행 구색에서 없는 것 찾기 힘든 사이판 버라이어티 ▶6월 2일 ▷제2그로토, 로타홀을 아시나요? 사이판-티니안-로타의 액티비티 ▷마리아나 헤리티지여행, 태평양을 다 품었다..미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