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고싶은데, 경비행기만 뜨니
하루 50명 방문가능, 여행 포기 속출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⑥
[헤럴드경제(미국령 마리아나제도 티니안)=함영훈 기자] 티니안 지도를 펴놓고 보면, ‘S라인’으로 기본 형태가 한반도를 닮았다.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중심섬인 사이판에서 보면 코 앞에 있는데, 현재로선 경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이 기사 하단,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심지어 사이판에서 출발한 다이빙팀이 티니안 근해 수중레저를 즐길 수는 있지만, 상륙하면 불법이다.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는 사이판에서 출발하는 티니안행 비행기를 하루 10편 안팎 운항한다. 정기편 9회는 5명이 정원, 그래봐야 5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이판-티니안 사이 페리호 부활시켜 주세요”= 하루속히 예전처럼 페리호를 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이판에 놀던 한국인의 60~70%는 코 앞에 있는 티니안섬, 한국인 후손들이 많이 살았다던 그곳 숨은 여행지들을 꼭 방문하고 싶어하지만, 경비행기 값도 비싸고, 예약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따로 티니안 전용 투어프로그램을 알아봐야 하니, 십중팔구 포기하고 만다.
마주보는 두 섬의 끝지점 거리(3.8㎞)는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에 놓인 천사대교(7.3㎞)의 절반 가량 밖에 안된다.
티니안은 남북 길이 16㎞, 동서 폭 8㎞ 크기로, 공항 남서쪽 산호세(San Jose) 마을을 제외하고는 숨은 보석 같은 청정 생태지대이다.
▶티니안의 세가 보석= 이곳의 첫 번째 보석은 바다색이다. 연한 에메랄드에서 시리도록 푸른 사파이어 색감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타가비치
두 번째 보석은 우리나라 선한 시골의 인심을 떠올리게 하는, 이방인에게 뭔가 자꾸 대접하려하는 티니안 사람들의 인정과 한국인 후손으로 추정되는 주민과 청소년 찾아보기, ‘작은 고추가 맵다’는 한국 격언을 확인할 수 있는 도니살리 핫페퍼 체험 및 쇼핑이다.
세 번째는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 명복을 빌면서 지금 우리가 잘 살게 된 것을 감사해 하고, 일제 전범들의 학살과 착취로 점철된 전쟁 흔적을 목도하면서, 이를 반면교사 삼아 내 나라를 잘 지키겠다고 다짐해보는 다크투어 인문학 여행이다. 티니안은 태평양전쟁을 끝낸 원폭 출격지이다.
경비행기에 오르자, 샤한 기장 옆 부기장이 한국인이다. 안전수칙을 깔끔한 한국말로 조근조근 설명하던 김경욱 부기장(32)은 미국시민권자이지만, 고국에 계신 부모형제들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지내려고 본토에서 고임금을 받다가 연봉을 낮춰 북마리아나제도에게 근무하게 됐다고 한다.
▶뉴욕 축소판으로 만드려던 미국, 80년째 진행중= 사이판, 티니안 섬 거리가 워낙 가깝다보니. 경비행기는 여러 번 S라인 선회를 한 끝에 15분만에 착륙한다. 꽃밭이 예쁜 주황색 지붕의 공항 청사를 나와 프레임플라워 나무 아래로 가니, 열정적인 할머니 가이드 데보라가 운전수 톤과 함께 한국인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데보라는 “평화 수호를 위한 연합군인 미국은 일제를 쫓아낸 뒤, 티니안섬을 뉴욕 맨해튼 축소판으로 만드려고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티니안에는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월가 뿐 만 아니라, 서부의 산호세도 있지만, 당초의 청사진을 구현하려는 작업은 늦기만 했고, 아직도 80년째 진행중이다.
티니안 개발과 사이판-티니안 연결교통망 구축이 더딘 것은 패전후 한국전쟁으로 떼돈을 번 일본의 입김이 남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다시 강해진 것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한국은 빈곤 상태였고.
어쨌든 두 섬 사이 페리가 부활해야만, 앞으로 이곳에 정착할 미군도, 글로벌 여행자도 편해진다.
▶북서쪽= 실제 여행 동선은 다르지만, ‘동네 한바퀴’를 일별하는 차원에서, 지도상으로 맨 북쪽 끝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방향을 이동한다고 가정해보자.
최북단 푼탄 타공은 사이판이 코앞에 보이는 곶이다. 차는 적당한 곳에 세우고 걸어들어가면 십자(十) 모양의 섬 북쪽땅끝 표석을 만날 수 있다. 사이판 코럴해변까지 직선거리 4㎞가 채 안된다.
이어 람람비치를 만난다. 백사장이 좁지만 모래밭과 해안 암석이 조화를 이뤄 파도가 잔잔한 날, 바위에 앉아서 탁족도 하고 모래밭 너른 지점에선 편안한 해수욕을 할 수 있다. 전쟁의 흔적, 탱크 잔해가 현무암 괴석 사이에 놓여 있다.
바로 아래, 티니안에서 가장 작지만, 매우 귀엽고 평화로운 해변이라는 평을 받는 마린비치와 미군의 첫 상륙지점인 출루비치가 이어진다.
출루비치는 해안가 현무암 지대가 많아 상륙에 적합지 않아, 일제도 “설마 이곳에 상륙하겠냐” 하면서 방어를 하지 않았다. 미군은 일본군을 교란하기 위해 남부해안 타촉야 비치에 상륙하는 척 하며, 배 몇 척 보내고는 돌 투성이 출루비치에 일제히 판을 깔고 평평하게 만든 뒤 무려 100여척이 기습 상륙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중,남서부= 티니안섬 중서부 지역엔 사이판 그로토 만큼이나 수중 풍경이 아름답다는 다이빙포인트 ‘티니안그로토’가 있다.
이어 아래로 내려오면, 비행장 서쪽에 일제 전범들의 해안포가 있고, 라사리노 비치부터 중심가인 산호세 마을이 시작된다. 라사리노 비치는 사이판에서 출발한 경비행기가 티니안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보이는 동그란 해변이다.
남서쪽에는 옛 일제 설탕공장을 지나 남쪽으로, BBQ 그릴을 겸한 소풍을 즐기기에 좋고 바다거북을 가끔 볼수 있는 카머비치, 존스비치, 타가하우스, 타가비치, 타촉냐 비치가 차례로 이어진다.
타가왕족와 권력자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 타가비치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 명품의 바다색을 자랑한다.
▶티니안 동해안= 최남단 캐롤린 마을에서 동편으로 거슬러 올라가, 티니안섬 남동부에 이르면, 오키나와 징용자들의 추모공원이 나온다. 오키나와 사람들도 일제에 의해 강점당한 뒤 이곳에 징용당해 한국인 만큼 핍박을 받았다.
동남쪽은 구릉지와 절벽지대가 많아 휴양해안은 별로 없다. 중동부에 마살록 비치, 속초~흥남 사이 해안선처럼 오목하게 들어간 지점의 롱비치를 지나 북동부에 이르면, 당칼로 해안, 아시가 해안, 바닷물이 내륙으로 깊이 들어온 치깃비치가 이어진 뒤, 티니안 노스 필드의 동부해안에서 블로홀이 고래등 처럼 물을 뿜는다. 북부 내륙에는 일본군의 흔적과 원폭 보관소 등 전쟁 흔적들이 밀집돼 있다.
티니안에서는 존스 비치, 타가 비치, 타촉냐 비치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특히 타가 비치와 타촉냐 비치에는 화장실과 야외 샤워 시설 및 야외 그릴이 구비되어 있다. 티니안, 사이판에선 한국 면허증으로도 자동차 렌트를 할 수 있다.
티니안 여행이 끝나고 사이판으로 돌아가는 하늘길에서 내려다 보면, 미니 경비행기 활주로가 동서로 바다를 낀 채, 귀여운 모습을 드러낸다.〈계속〉
■사이판,티니안,로타 북마리아나제도 자연·문화·감동여행기 글 싣는 순서 ▶5월13일 ▷원폭 출격한 티니안 가보니, 푸른 파라다이스였다 ▶5월14일 ▷국제 먹방 대회 1위 한국인, 선명한 복근 과시 ▷숨은 보석섬 티니안, 열 빛깔 바다를 품었구나 ▶5월20일 ▷사이판서 등산,승마? BTS순례코스 까지, 즐길 것 늘었다 ▷타포차우산 등정하니 비로소 지구는 둥글다 ▷삼성부터 리틀야구까지 온국민 징용 희생자 추모에, 공군사관 생도들 “나라 꼭 지켜내겠다” ▶5월23일 ▷호기심 천국 티니안 한바퀴..“하루속히 배 띄워야” ▷“작은 고추가 맵다” 티니안 페퍼와 한국인 후손들 ▷티니안 동해에서 서해까지, 선샤인&다크 투어 가이드 ▶5월 27일 ▷여행 구색에서 없는 것 찾기 힘든 사이판 버라이어티 ▶6월 2일 ▷제2그로토, 로타홀을 아시나요? 사이판-티니안-로타의 액티비티 ▷마리아나 헤리티지여행, 태평양을 다 품었다..미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