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누군가와 경쟁하며 살면서 무엇보다도 쉬고 싶었다.”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
웃지도, 졸지도, 떠들지도, 스마트폰을 해서도 안 되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35)가 3위를 차지했다.
10주년을 맞이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상금 0원’에도 불구, 또한번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3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80여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팀은 학생, 정신과 의사, 소방관, 데이터 언어학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걸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22), 유튜버 ‘미미미누’(본명 김민우·29) 등 유명인도 눈에 띄었다. 나이대도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 대회는 90분 동안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이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음료 외의 음식물을 섭취하면 탈락이다. 관객 투표로 제일 멍때리는 사람 10명을 뽑아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3등에 이름을 올린 곽윤기는 이날 쇼트트랙 경기복을 입고 참전했다. 그는 “올림픽 도전만 5번 하고 누군가와 경쟁하며 살면서 무엇보다도 쉬고 싶었다”며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쉴 수 있겠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승을 목표로 나왔는데 직업 특성상 ‘종’이 울리면 출발하거나 마지막 바퀴”라면서 “그래서인지 (대회 종료 직전) 종이 치니까 심장이 두근구근하더라. 최대한 누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1등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씨가 차지했다. 권씨는 “평소 뭔가를 목표로 할 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면 심장이 빨리 뛸 것 같아 그냥 평소처럼 멍을 때렸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한편 멍때리기 대회는 오는 26일 광화문에서 또 한번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