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양 6대주 이민자 손맛 최고미식 수렴
‘검은 金’ 송로버섯요리,롱런치,와인시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렇게 너가 되었어(Becoming You).”
호주 만큼, 많은 민족, 국가 출신이 공생하는 나라도 드물다. 아프리카 애보리진, 인도, 영국, 이탈리아, 독일, 중국, 인도네시아, 뉴기니아, 한국, 일본 등이 차례로 호주대륙에 찾아들었다.
각국의 이민자들이 각각의 문화를 공유하다 보니, 더 나은 문명의 이기, 더 영양 많고 맛있는 음식들이 새롭게 창출된다. 그래서 ‘멜팅 오스트랄리아’의 다민족 상생 구호는 ‘이렇게 너가 되었어’이다.
영국 일색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멜버른 어느 지역은 이탈리아와 중국이, 애들레이드는 독일이민자의 입김도 강했다. 요즘 시드니와 브리즈번의 2040세대 신규 이민자-체류자 중에는 손재주, 디지털, 문예에 능한 한국인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렇게 너가 되었다. 이렇게 최고가 되었다”= 호주의 역사를 250년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애보리진 상륙 이후 5만년이고, 지구상 가장 많은 인종,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라, 각기 자기가 5대양 6대주에서 경험한 노하우들이 호주에서 ‘최고의 것’으로 수렴된다.
유럽발 그릴와 와인, 아시아발 미식조리, 발효법, 북서유럽과 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소스 등이 호주에 와서 가장 뛰어난 것이 된다. ‘이렇게 호주 음식은 최고가 되었어(becoming best)’라는 구호가 생길 법 하다.
세종대왕이 드시던 수라상이 ‘21세기 궁중음식’과 다르듯이, 모든 음식은 변하기 마련인데, 일부 호주 이민자들은 고국의 전통맛을 그대로 보존하기도 해, 그 나라 출신 어르신 여행자가 음식을 맛보고는 “이런 맛,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우리 할머니 때 그 맛이야!”라고 놀라기도 한다.
그런 호주가 5~7월 미식 축제의 세계 중심에 선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 버섯부터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 풍부한 향의 와인까지 다양한 식음료를 선보이는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다.
호주관광청은 5월 가정의달 연휴를 앞두고, 여행객들의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5~7월 호주 미식 페스티벌 5선을 한국민에게 소개했다.
▶테이스트 그레이트 서던: 퍼스가 중심을 잡아주는 서호주의 식음료 문화를 몸소 느끼고 싶은 여행객들은 테이스트 그레이트 서던(Taste Great Southern)을 방문하면 되겠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이 행사는 5월 2일부터 12일까지 그레이트 서던 지역의 각기 다른 도시에서 개최된다. 총 6개의 마을과 도시에 20명이 넘는 셰프들이 모여 약 40개의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신선한 현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부터 프리미엄 페어링 이벤트, 연회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 중 호주의 보석 같은 포도주 생산지가 여럿 있는 지역의 특성에 맞춰 구성된 ‘배틀 오브 더 와이너리(Battles of the Wineries)’가 많은 와인 애호가의 이목을 끌 것이다.
두 유명 와이너리 간 대결이 펼쳐저 각 주조장의 다양한 와인을 음미하며 와인 메이커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마 퍼스 근교 프리맨틀 먹자골목 마을도 여느때 보다 북적일 것이다.
▶서호주 만지멉 ‘트러플 커퍼플’= 호주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 버섯(트러플)의 고장 중 하나다.
트러플은 ‘검은 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한 식재료인데, 남반구 최대 산지인 서호주 만지멉(Manjimup)에서는 이 값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트러플 커퍼플(Truffle Kerfuffle) 축제가 펼쳐진다.
직접 트러플을 맡아보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버섯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음식까지 즐길 거리가 가득해 맛객들의 코와 입을 유혹한다.
축제 기간동안 훈련된 사냥개를 데리고 트러플 생산자와 함께 직접 버섯을 채취하는 트러플 헌트(Truffle Hunts) 액티비티도 있어 참여해 보길 추천한다. 올해 행사는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퀸즈랜드주 브리즈번 북쪽근교 ‘누사 잇앤드링크 페스티벌’= 누사 잇앤드링크 페스티벌(Noosa Eat & Drink Festival)은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바다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 누사에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 삼아 열리는 이 행사는 총 나흘 동안 75개 이상의 이벤트를 방문객들에게 선보인다.
특히, 축제 이튿날에는 페스티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롱 런치(The Long Lunch)’가 준비되어 있다. 수십m 길게 늘어진 식탁에 다 같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즐긴다.
이외에도, 마을 구석구석의 레스토랑과 누사의 대표 해변인 메인 비치(Main Beach)에서 각양각색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벤트를 비롯해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는 스테이지도 마련된다.
▶남호주 애들레이드 ‘테이스팅 오스트레일리아’= 가장 먼저 다문화 자치도시를 선포한 애들레이드는 출신국의 역학관계를 일찌감치 버리고 ‘호주인’이 되기로 작정한, 착한 사람들이 지혜를 나누며 모여사는 곳이다.
남호주는 천혜의 기후와 다양한 유럽 이민자들의 노하우가 곁들여져 세계 최대, 최고의 와인생산지가 되었다.
진정한 ‘호주의 맛’을 느끼고자 하는 미식가는 매년 남호주에서 열리는 테이스팅 오스트레일리아(Tasting Australia)로 가면 되겠다.
테이스팅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최대 미식 축제 중 하나로 올해 5월 3일부터 12일까지 남호주 애들레이드를 중심으로 주 전역에서 진행된다.
각 분야의 최정상 셰프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요리와 함께 와인과 맥주 등을 맛볼 수 있어 매년 미식의 향연을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의 경우, 6만8000여명이 찾았으며 남호주 12개 지역에 걸쳐 약 150개의 이벤트가 전개됐다.
올해는 200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와인, 맥주, 증류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해 호주산 스테이크가 포함된 5코스 디너, 디저트 투어 등 여러 미식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애들레이드 빅토리아 스퀘어에 설치된 행사의 주 무대 타운 스퀘어에는 디제잉 공연이 이뤄져 축제에 활기를 더한다.
▶뉴사우스웨일스 헌터 밸리헌터 와인 & 비어 페스티벌= 헌터 밸리(Hunter Valley)는 호주 와인 산업의 발상지이자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다. 이곳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한국인들에게도 친근한 세미용과 쉬라즈가 있다.
곳곳에 150개 이상의 셀러 도어가 있는 가운데, 헌터 밸리 와인 & 비어 페스티벌(Hunter Valley Wine & Beer Festival)은 지역의 다양한 포도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축제다. 오는 7월 13일 열린다.
다채로운 맛과 향을 복합적으로 지닌 와인과 현지 브랜드의 맥주 및 증류주가 있어, 멋진 페어링과 함께 청정 호주 자연을 굽어보면서 술 마시는 낭만을 아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