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FP학회 이승희 나사렛대 교수
‘ELS 투자위험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80대 A씨는 2021년 1월 예금에 가입하려 ㄱ은행 지점에 갔다가, 은행 직원 권유로 홍콩 ELS에 2500만원을 가입했다. 과거에도 ELS 상품을 두 번 가입해 ‘무손실’을 봤지만, 실제로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한 적은 없다. 한편 은행 직원은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빠뜨리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ELS가 A씨에게 적합항 상품도 아니었고, 부당권유 정황도 있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사태가 사회적으로 확산하며 ‘소비자 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까지 수조원씩 몰리는 등 동일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가 투자상품 가입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사례에서 투자자가 직접 투자상품 설명서를 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상품 가입 전 ‘공정가격’을 확인하면, 대규모 손실은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일 한국FP학회의 학회지 제17권 1호에 게재된 ‘주가연게증권(ELS) 투자 위험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승희 나사렛대 교수는 ELS 투자 전 투자설명서에 이는 공정가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ELS·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형성되는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ELS·DLS의 가치를 이론적으로 매일매일 평가하는데, 이를 공정가격이라고 한다. 공정가격은 기초자산의 가격 외에도 기초자산의 변동성, 기초자산간의 상관관계 등 시장상황에 따른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산정된다.
이 교수는 투자설명서에 나타난 공정가격을 보면 어느 정도 투자위험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논문에서 “투자자나 판매자가 ELS의 이론가격을 계산하고 회차별 상환확률을 계산해 투자위험 요인을 분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그렇지만 ELS의 투자설명서에 나타난 공정가격을 보면 위험도를 유추할 수 있다. 투자위험이 높을수록 공정가격은 낮게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위 그림과 같이 세 개의 ELS 투자설명서를 요약했을 때, 5번 지수형 ELS에 비해 6번 주식형 ELS의 쿠폰 수익률이 높고, 자동조기상환조건과 낙인 배리어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손실 발생 가능성이 더 높게 안내 돼있다. 이어 공정가격을 확인해보면, 6번 ELS의 발행사 공정가가 더 낮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ELS의 기초자산 수가 증가할수록 쿠폰수익률이 높아지지만 만기 손실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기초자산 수가 많아질수록 조기상환조건이 유리하고 쿠폰수익률이 상승해야 하는데 일반투자자는 공정가격을 비교해서 부담하는 위험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는 ELS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매하도록 판매자에 대한 교육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은행과 같은 ELS 판매사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ELS 발행사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독립된 교육기관에서나 자체적으로 ELS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판매직원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