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배임·비밀 유지 위반 주장시 법정 공방 전망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000억원→28억원’
‘경영권 탈취’ 의혹에서 시작된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에서 ‘주주간 계약’ 위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무상 배임죄가 입증될 경우 민 대표는 사실상 ‘빈손’으로 어도어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간 계약에선 ‘계약 위반시 하이브 측이 주식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가진다’고 명시된 조항(11조 손해배상 조항)이 있다. 콜옵션 대상주식에 대한 1주당 매매대금은 ‘주당 액면가와 공정가치의 70% 중 더 적은 금액으로 한다’는 것이 계약 내용이다.
기존대로라면 민 대표는 최대 1000억원에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업무상 배임죄’ 판결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배임죄가 인정될 경우 하이브는 주당 액면가(5000원)에 민 대표의 지분(57만 3610주)을 28억 6580억원에 사올 수 있다. 경영진이 가진 2%의 지분을 합치면 32억원으로 추산된다.
민 대표는 앞서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만히 있어도 1000억원을 번다”고 했지만, 이 경우 민 대표가 가져가는 금액은 28억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민 대표는 18%의 어도어 지분 매입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으로부터 20억원을 빌려쓴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변제하면 ‘빈 손’ 퇴장이 된다.
관건은 민 대표의 주주간 계약 위반 여부다. 업계에선 업무상 배임을 비롯해 계약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는 것도 ‘비밀유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배임죄나 비밀 유지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민 대표의 행적은 배임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업무상 배임은 ‘예비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수 증거를 확보했다면 실패한 계획일지라도 업무상 배임 미수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경영권 찬탈은 법적으로 의미없는 주장이다. 어도어 경영자는 법적으로 민희진이다”라며 “민희진이 하이브 경영권을 가지려고 했느냐. 굳이 말하자면 어도어의 경영권 독립을 시도하려 한 것인데 그것이 죄가 되느냐. 투자자를 데려와 주식 지분을 늘이려 했다는 주장도 실행 여부를 떠나 왜 배임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이브의 입장은 다르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25일 경찰에 민 대표와 신모 어도어 부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배임의 충분한 사유가 있다는 법률 검토는 이미 완료됐고, 다른 위법 행위들도 다수 발견돼 이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이브는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 시도를 보상 관련 분쟁과 보복 프레임으로 축소하려는 소모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번 사안은 어도어 경영권 탈취를 위해 민 대표 측이 치밀하게 계획한 일임을 이미 밝혔고, 민 대표가 주장하는 내부 고발도 그 일환임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아티스트(뉴진스 등)까지 여론전의 도구로 삼는 등 제작자로서 가져야 할 도리를 저버리는 동시에 국민적 피로감을 키우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은 다양한 사안들이 얽히며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 대표 측은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 심문기일에서 이달 10일까지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달 말까지 임시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