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가격! 이게 고작 1만원” 싼 맛에 쓰나 했는데…삼성까지 ‘위협’
QCY 무선 이어폰 ‘T13X’의 중국 홍보 영상 [온라인 갈무리]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이 정도 인기일 줄이야”

애플, 삼성이 주도하는 국내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 QCY의 공세가 거세다. 1~3만원대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불과 4년 새 판매량 점유율을 20배 가까이 끌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국내 시장에선 ‘차이나디스카운트’(중국 기업 저평가)가 유독 심했지만,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나와 리서치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집계한 무선 이어폰 판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에 불과했던 QCY의 판매 점유율이 2023년 22.3%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애플은 79.2%에서 30.4%로, 삼성은 10.7%에서 31.6%로 점유율이 달라졌다. QCY가 10%p가 채 되지 않는 격차로 삼성과 애플을 맹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친 가격! 이게 고작 1만원” 싼 맛에 쓰나 했는데…삼성까지 ‘위협’
QCY 무선 이어폰 [QCY 홈페이지]

QCY는 중국의 음향기기 회사로 국내에선 저가 무선 이어폰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적으로 QCY의 무선 이어폰 ‘T13X’의 경우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1만~2만원대에 불과하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의 가격이 35만9000원, 삼성 ‘갤럭시버즈2 프로’의 가격이 16만2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가격으로 QCY 제품 수십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 셈이다.

“미친 가격! 이게 고작 1만원” 싼 맛에 쓰나 했는데…삼성까지 ‘위협’
애플 에어팟 [헤럴드DB]
“미친 가격! 이게 고작 1만원” 싼 맛에 쓰나 했는데…삼성까지 ‘위협’
삼성 갤럭시 버즈2 프로 루이바오 패키지. [삼성전자 제공]

QCY가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단연 ‘가격 대비 성능’이 꼽힌다. 1~2만원대인데도 주로 고사양 제품에 담기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포함됐고, 노이즈 감소를 위한 4개의 듀얼 마이크 등이 담겼다. 한 번 충전해 30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가 적용된 점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기능이다.

중국 제품의 문턱이 높은 국내 시장을 고려한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격과 성능은 좋지만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선 QCY 로고를 지워서 사용하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을 정도다.

급기야 QCY는 이를 반영해 아예 로고를 지운 제품을 국내에 선보여 정면 승부에 나섰다. 국내 QCY 온라인 공식 판매 페이지는 “고객님들의 요청으로 로고 없는 모델을 제작했다”는 안내와 함께 로고를 지운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미친 가격! 이게 고작 1만원” 싼 맛에 쓰나 했는데…삼성까지 ‘위협’
QCY 무선 이어폰 [QCY 홈페이지]

업계에선 가격과 성능을 중시 여기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도 QCY의 선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자 제품 판매 관계자는 “애플과 같은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무선 이어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브랜드 경쟁력이 낮더라도 저가의 제품을 가볍게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