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뿐 아니라 의사증원·대통령 관련 고발도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
공수처 위상·존재감 회복도 관건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공백이 지난 1월20일 김진욱 전 처장 퇴임이후 꼭 100일이 됐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연루된 채상병 사건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오동운 처장 후보자는 “공수처 조직에 기운을 불어넣고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꿀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29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주말 채상병 순직 사건 의혹과 관련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14시간 동안 공수처 조사를 받았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전 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공수처는 이날 유 관리관을 재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에는 이외에도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이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 특수활동비 과다지급 및 오·남용 은닉에 관여했다며 고발한 사건 등도 쌓여있다.
전날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채상병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처리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사건 특별검사법 처리를 촉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공수처장으로 임명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고 정치권에서 하는 일의 배경과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는 여권 추천 인사로서 수사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는 “국회 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됐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지명됐다. 여권 추천인지에 상관없이 독립 수사기관의 수장으로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수처의 독립성과 효율성도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본 바에 따르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효능감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제가 수장이 된다면 조직에 기운을 불어넣고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조직을 가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 잘하는 공수처, 수사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는 기관, 그런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들을 생각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국회는 대통령의 인사청문요청안 접수후 20일내 청문절차를 마쳐야 한다. ‘채상병 특검 방어 목적이 배경에 깔린 것 아니냐’는 야당의 시선과 수사 경험이 없는 처장(판사출신)이 주요 사건을 잘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오 후보자는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가진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며 “(공수처가) 수사만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 유지도 해야 하는데, 제가 형사재판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저의 능력을 100% 헌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범 후 3년간 쪼그라든 공수처의 위상과 존재감을 회복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장 한 건 뿐이다. 총 다섯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한 번도 영장이 발부된 적이 없으며, 공수처 검사 원년 멤버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만큼 조직도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