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낙타가 힘겹게 물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결국, 목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겼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낙타떼가 모두 물속에 휩쓸리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되고 있다. 사막을 거닐어야 할 낙타들이 폭우에 떠내려간다. 1년치 내릴 비가 단 하루 만에 쏟아진 두바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낙타가 이 지경이니 사람들의 피해는 말할 수 없다. 도로와 건물이 대거 물에 잠겼다. 원인은 극단적인 기후변화다. 전문가들은 이제 중동지역에도 이 같은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사막 지역까지 폭우를 우려해야 하는 현실, 인류의 보편적 상식마저 이젠 무기력해지는 지구 온난화의 현주소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6일(현지시간) 1년치 비가 12시간 동안에 쏟아졌다. 이에 각종 SNS에선 두바이 현지의 처참한 상황이 전파되고 있다.
낙타들이 폭우에 허우적거리는가 하면, 도로가 물에 잠겨 차들도 모두 침수됐다. 두바이 국제공항도 활주로가 물에 잠겨 한때 운영이 중단됐다.
두바이 공항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이날 두바이 전역에 12시간 동안 약100㎜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이는 두바이의 1년 강우량에 해당된다. 공항 활주로가 침수되자 여객기들이 마치 강 위의 배처럼 떠다니는 모습도 나왔다.
사막 기후인 두바이는 당연히 폭우를 대비하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더 피해는 극심하다.
외신과 전문가는 아라비아반도를 관통해 오만만으로 향하는 폭풍 전선이 폭우를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기상이변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작년에도 리비아에 폭우가 내려 최소 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열대성 폭풍이 리비아 지역을 휩쓸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작년 여름 북반구에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하면서 그 여파가 폭풍 강우를 더 강화시켰다. 결국, 기후변화가 돌고 돌아 중동지역의 폭우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두바이에 평년보다 많은 폭우가 내린 건 결국 지구 온난화 때문이며,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가뭄과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