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이탈리아 대표 셰프인 안드레아 버튼이 삼성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통해 식재료와 레시피를 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밀라노)=정태일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 내의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 현장. 미쉐린 1스타 셰프인 안드레아 버튼이 냉장고의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으로 식재료를 확인하자 냉장고는 곧바로 레몬, 감자를 활용한 레시피로 ‘레몬소스 대구&감자 요리’를 추천했다. 이 레시피는 그대로 7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인덕션으로 전송돼 셰프는 인덕션 화면으로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를 했고, 오븐에도 AI 기능이 있어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 조리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유로쿠치나는 격년마다 열리는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로 주방 관련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국제 행사다. 유로쿠치나는 1974년 처음 열려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 유로쿠치나의 가장 큰 특징은 AI를 앞세운 최첨단 기술이 주방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보쉬, 밀레, 지멘스 등 유럽의 전통 주방 가전 브랜드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양대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까지 앞다퉈 AI를 내세워 주방을 지배하려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16일(현지시간) 개막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장에 입장하기 위해 수많은 관람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정태일 기자.

무엇보다 유럽은 전 세계 빌트인 가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그 중에서도 주방이 최대 격전지였다. 빌트인 특성 상 B2B로 대거 주문이 성사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방을 선점해야 이를 바탕으로 거실, 세탁실,침실 등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방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가전 기업들의 AI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방문한 각 기업의 전시관은 요리를 하는 주방 공간을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초입에 배치했고 신기술을 이곳에 집중시켰다. 개막 첫날인 만큼 많은 관객들과 바이어들이 몰린 것을 감안해 각 부스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쿠킹쇼를 선보이며 시선 선점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도 미쉐린 셰프를 기용해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와 ‘애니플레이스 인덕션’ 등의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애니플레이스 인덕션은 올해 신규 라인업 중 유럽에서 가장 먼저 출시되는 주력 제품으로 화구의 경계 없이 상판 어느 곳에서나 균일하게 조리할 수 있어고 7형 터치스크린 ‘AI홈’이 탑재돼 레시피를 추천 받아 요리할 수 있다. 안드레아 버튼 셰프는 “삼성의 여러 빌트인 가전을 레스토랑에서 직접 사용하고 있다”며 “AI 기술로 누구나 정확하고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올해 3분기 출시를 앞둔 빌트인 식기세척기 신제품도 전시했다. 이 제품은 ‘키친핏 슬라이딩 도어’를 탑재해, 하단의 걸레받이를 절단하지 않고 주방 가구에 꼭 맞게 설치하면서도 도어를 손쉽게 열 수 있다.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이탈리아 대표 셰프인 안드레아 버튼이 삼성 애니플레이스 인덕션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근거리에 부스를 마련한 LG전자도 맞불을 놓았다. 역시 전시관 초입에 주력 모델로 인덕션과 냉장고를 대거 배치해 AI 기반의 첨단 주방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셰프 기용에 맞서 LG전자는 DJ 쿠킹쇼를 통한 더욱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연출했다. 삼성전자 애니플레이스 인덕션에 대응할 인덕션 상판 어디에나 냄비를 올려도 조리할 수 있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프리존 인덕션(36인치)을 최초 공개했다. 작은 모카포트나 소스 팬부터 큰 빠에야 팬까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조리 기구를 사용하는 유럽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AI가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하고 예측해 물이나 수프, 소스 등이 넘치는 것을 막아주는 ‘끓음 알람’ 기능이 강점이다. 여기에 ‘고메(Gourmet) AI’를 적용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24인치) 신제품도 유럽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오븐 내부 AI 카메라가 재료를 식별해 130개 이상의 다양한 요리법을 추천하고 최적화된 설정을 제안하는 제품이다.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이탈리아 아티스트 DONPASTA가 LG전자 빌트인 오븐 및 인덕션을 활용해 음악과 함께 즐기는 “Life’s Good” 퍼포먼스 쿠킹쇼를 선보이고 있다. 셰프의 행동 하나하나가 음악이 되는 디제잉 퍼포먼스가 주요 콘셉트다. [LG전자 제공]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나란히 전시장을 마련한 LG전자와 중국 하이어. 정태일 기자.

중국의 하이얼은 보란 듯이 LG전자 바로 옆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유럽 법인에서 스마트 키친 브랜드 ‘캔디’를 소개했다. 하이얼 역시 냉장고나 오븐을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연결된 경험을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로 하이얼의 바이오닉쿡은 카메라 등을 통해 재료를 인식하고 레시피와 조리 설정 세팅, 애플리케이션 알람 등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같은 하이얼의 행보에 대해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도 “디자인과 기술력의 약점을 빠른 속도로 극복하며 성장하는 기세 때문에 하이얼이 가장 견제된다”고 밝혔다.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하이얼의 바이오닉 쿡 오븐 [공동취재단]

유럽의 가전 브랜드 또한 AI 등 디지털 기술을 대거 갖춰 주방 공략에 나섰다. 보쉬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오븐 제품군 시리즈를 출시했다. 회전식 디지털 제어 링이 탑재된 것이 특징으로 고해상도 터치 디스플레이로 손쉽게 제어하고 아마존 알렉사나 홈 커넥트 앱을 사용해 음성 제어로도 요리 선택이 가능하다. 지멘스는 스마트 키친을 구현하는 새로운 오븐 시리즈 iQ700을 공개했다. 브라우닝 전용 센서와 카메라를 내장해 완벽한 브라우닝 수준으로 요리를 준비할 수 있고 각 모델은 AI 기능을 적용해 최적의 요리 결과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
스메그의 자동차 보닛 형태의 냉장고 [공동취재단]

이밖에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답게 감성가전으로 인기가 높은 스메그는 자동차 보닛 형태의 냉장고를 입구에 전시하고, 돌체앤가바나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의 후드 일체형 인덕션을 개발한 프리미엄 독일 가전 브랜드 보라(Bora)는 숲 속 나무집을 연상시키는 전시관 형태와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주방을 잡아야 가전의 승자” AI가 불러온 ‘키친 전쟁’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