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총선 참패 구조적 원인은 영남당”
수도권 중심 당내 소장파 ‘첫목회 창립’…“세 키울 것”
당선인 압도적으로 많은 영남권, 정중동 행보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4·10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당내 ‘세력 지형’에 변화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친윤·비윤계로 나눴던 계파 중심의 지형이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세력화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진 후 본격적인 당권 경쟁 국면에서 수도권과 영남권 세력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국민의힘의 ‘내부 인식차’가 드러나고 있다. 기준은 ‘위기감 수위’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둔 당내 인사들은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지만, 영남권 당선인들은 상대적으로 위기의식이 덜하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험지에서 힘겹게 이긴 수도권 당선인들은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라며 “공천이 가장 중요했던 영남권의 경우 총선 결과에 안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 차이’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경쟁 구도’의 밑바탕이 될 전망이다. 당장은 오는 22일 확정될 예정인 비대위 성격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현재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전대)를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춘 ‘관리형 비대위’가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총선 참패의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 등을 주도할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헤럴드경제에 “당이 위기 상황이니 혁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대를 준비할 비대위가 혁신형으로 갈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22일 당선인 총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성격을 둔 의견차는 사실상 당권 경쟁의 전초전 성격이 배어난다. 당권을 놓고 본게임을 치루기 전에 ‘선거 구도’를 형성하려는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서 당선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를 열며 영남권 세력을 겨냥한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선거 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말했는데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며 “(총선 참패의) 구조적인 원인은 영남 중심당”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정치적 기반을 둔 당내 인사들의 세력화는 사실상 시동이 걸렸다. 실제 4·10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했던 3040 후보들이 ‘첫목회’라는 모임으로 뭉쳤다. 총 9명의 창립 회원 가운데 박은식 광주 동남을 후보만 제외하고 모두 수도권 당선인 또는 낙선자다.
첫목회 창립회원인 박상수 인천 서갑 후보는 본지에 “첫목회는 앞으로 더욱 (세를)키울 것”이라며 “우리당의 위기는 젊은 소장파 모임이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영남권 인사들은 공개적인 발언이나 세결집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다. 향후 당권 경쟁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가 형성되더라도 불리하지 않다는 셈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의석 122석 가운데 국민의힘 당선인은 19명에 불과하고, 영남권(대구·경북·경남·울산·부산) 전체 65석 가운데 국민의힘 당선인 59명이다.
다만 비대위가 출범하고 전대 준비를 위한 실무작업이 시작되면 영남권 인사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대 룰’을 둘러싼 세력간 힘겨루기가 수면 위로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당대표 선거 방식인 ‘당원 100%’의 개정 여부다.
김재섭 당선인은 “국민께 책임 있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라도 당원 100% 구조는 바뀌는 것이 맞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다.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들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