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승리’ 평가 속 차분한 분위기
민심 외면시 ‘거야심판론’ 직면 불가피 의식
“이런 체제 자체가 민주당으로선 큰 도전”
“외연 확장은커녕 독주 책임 질 시점 올 수도”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되레 차분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승리에 취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선 ‘정권심판론’이 선거를 주도한 결과가 나왔지만 민심을 외면하면 곧바로 ‘거야심판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과거 ‘민주당의 이재명’이라고 할 시절엔 이 대표를 싫어해도 민주당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며 “독주하게 되면 민주당마저도 싫어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런 체제 자체가 어떻게 보면 민주당으로선 도전이 될 것”이라며 “큰 어드밴티지(유리한 위치)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그와 동시에 외연 확장은커녕 독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시점이 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은 원내에 진입하는 구성원 상당수가 친명(친이재명)계로 바뀌고, 딱히 이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인사나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기인한다. 공천 국면부터 선거운동까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의 체질이 달라졌고 이 같은 모습이 이번 선거 결과에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를 두고선 민주당이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151석보다 20석 이상 많은 175석(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합친 의석수)을 얻으면서 ‘압승’이란 평가가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도 단독으로 입법이 가능한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완전한 승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짙게 깔려 있다.
총선은 마무리됐지만 이 대표로선 이제 3년 후 치러지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다음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그보다 1년 앞선 2026년에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민심을 생각하면 이번 총선 결과가 2년 후, 3년 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외려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최근 전국 단위 선거만 봐도 민심의 향방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4년 전인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과 합해 180석을 얻고 21대 국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후보로 나섰던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p) 차이로 졌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5곳만 승리하는 등 패배했다.
11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승리에 대한 자축보다 책임감이 강조된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선대위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승리에 도취해서 오만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180석을 주었는데도 뭘 했냐는 소리를 그동안 많이 들었지 않나”라고 직접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또 이렇게 주셨는데도 못하면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당이 단결해서 꼭 필요한 개혁 과제를 단호하게 추진해나가는 의지와 기개를 잘 보여야 한다”며 “말도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도 “당선자 여러분께는 특별히 당부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