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다양화·유흥시장 축소로 정체
한맥·아사히 신제품 거품 강조 홍보
아사히 슈퍼드라이 성공 학습효과도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기울여 따르는 시대는 끝났다. 주류의 다양화와 유흥시장 축소로 전성기를 맞았던 맥주 시장이 정체하는 가운데 업계가 차별화된 거품을 내세우며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사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성수기를 앞두고 ‘맥주 거품’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소비자는 잔을 기울여 따르는 등 거품을 최소화하는 음용 방식을 선호했다. 최근에는 거품이 시각적인 재미와 더불어 맛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비맥주 한맥은 지난달 더 부드러워진 거품을 구현한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 맥주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거품’을 전면에 내세운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최근 전개하는 광고 역시 거품의 지속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강조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달 생맥주캔 2탄 시리즈인 아사히 쇼쿠다이를 국내에 한정 출시했다. 해당 제품도 캔맥주로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거품’을 강조했다. 생맥주캔은 2017년부터 약 4년에 걸쳐 일본에서 개발했다. 생맥주의 맛을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거품은 산소와 접촉을 차단해 맥주 자체의 신선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며 “풍미를 느끼게 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맛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거품 경쟁’이 성공 사례의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제품으로 거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판매된 생맥주캔 슈퍼드라이는 뚜껑째 열어 거품을 통째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아사히 브랜드의 소매점 매출은 1976억9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11.8% 폭증했다. 전체 맥주 소매점 매출 순위 중 카스, 테라, 필라이트에 이어 4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직전 3년(2020~2022년)에 매출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한편 맥주 업계는 최근 위스키, 제로소주, 하이볼 등 주류 다양화로 경쟁자가 느는 추세다. 특히 수제맥주와 수입맥주는 인기가 한풀 꺾이며 소비량이 줄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단체 모임 문화가 줄어들면서 유흥시장이 축소하는 영향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레스토랑,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영업용 맥주 판매량은 2018년 7억400만ℓ(리터)에서 2022년 5억9600만ℓ로 15.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