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1개월간 구금

검찰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나

경찰·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1심 패소 →2심 승소

대법, 2심 판결 다시 뒤집어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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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경찰 수사로 1개월간 구속됐다가 무혐의 처분으로 누명을 벗었더라도,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죄를 의심할 만한 타당한 정황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A씨가 대구 수서경찰서 경찰관 2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행위 그 자체를 현저히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 승소로 판단한 원심(2심) 판결을 깼다.

이 사건은 경찰이 A씨에 대한 범죄 제보를 입수하면서 시작했다. 제보자는 “A씨가 공범과 함께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제보했다. 이를 검토한 경찰은 제보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공범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A씨는 2015년 9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약 1개월간 구속됐다. 나아가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주일간 가족의 구치소 접견도 금지했다.

A씨는 2015년 12월,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하고 나서야 누명을 벗었다. 검찰은 “제보자가 A씨에게 사기죄로 고소 당해 수사받고 있는 점, 계좌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허위 제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부당한 구속의 대가로 A씨는 보상금 650여만원을 수령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경찰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본인에게 혐의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며 “조심성 없이 제보자의 말만 믿고 구속 수사에 나아갔고, 가족 접견권도 침해했다”며 3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대구지방법원 민사 14단독(부장 김형한)는 2020년 5월,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구속됐다가 검찰청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속 자체가 위법한 것이거나, 허위자백 강요 등 불법행위에 대해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대구지법 2민사부(부장 이영숙)는 2020년 11월, 국가가 A씨에게 35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A씨를 체포·구속한 행위는 범죄수사의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험칙·논리칙에 비췄을 때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보자의 진술 외엔 A씨가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접견권 침해 주장에 대해 “적어도 가족을 접견하는 것은 허용했어야 마땅하다”며 경찰 측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로 1000만원을 산정한 뒤 이미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650여만원을 공제해 35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A씨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체포·구속 행위가 현저히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제보가 범행의 시기와 장소, 방법, 공범 유무, 미수에 그친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있고, 경찰도 추가조사를 실시해 제보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노력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접견권 침해에 대해서도 “경찰이 A씨와 변호인의 접견을 제한한 사실은 없다”며 “변호인과 수회 접견했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충분히 보장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