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외갓집 이동 전후 네 모녀 이야기
높은데 오르면 푸바오 한테는 등짝 스매싱
母 아이바오,쌍둥이 철창타기쇼에도 멀뚱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요즘 한국 에버랜드와 중국 사천성 판다 기지, 두 곳에서 전해오는 두 풍경은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면서도 한편으론 새로운 느낌으로 마음을 짠하게 한다.
큰 딸 푸바오를 중국에 보내고, 쌍둥이 두 딸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데리고 사는 엄마 아이바오는 최근 한달간 대나무 먹는 풍경만 많이 나오고, 쌍둥이의 재롱에 큰 리액션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쌍둥이는 ‘스파이더 레이디스’가 되기로 결심한다. 푸바오의 외갓집 이동을 전후한 때의 에버랜드 동물원 여러 영상을 보며, 국민들은 네 모녀의 심리변화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울고 웃는다.
푸바오는 공항도착 직후 카메라플래시에 당황한 모습, 사천성 판다기지 방에서 창살을 붙잡고 절규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중국 언론의 안정을 되찾았다는 보도를 통해 당황→절규→안정화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딸을 자기 친정인 중국에 보낸 엄마 아이바오는 아마 자식 셋 중 하나가 떠나려 했고, 떠났음을 아는 듯 하다. 6일 오전까지 공개된 에버랜드 동물원의 다양한 영상속에서 아이바오는 대나무 먹는 모습 외엔 특별한 행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달전쯤 부터 엄마의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고, 쌍둥이의 재롱에 대한 리액션이 덜하다고 느껴서일까.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두 쌍둥이의 엄마 관심 끌기 수법이 고도화되었다.
과거 아이바오는 푸바오가 지금의 쌍둥이 연령때쯤, 조금이라도 높은데 올라가면, 그 좋아하는 먹는 것도 멈춘채 푸바오가 잘 올라가는지 응시하고, 좀 높이 올라갔다 싶으면 끌어내려 ‘등짝 스매싱’하며 경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쌍둥이바오는 요 몇 일 새 엄마관심 끌기에 실패하자 드디어 스파이더맨이 되기로 결심한다. 둘은 엄마 아이바오 정면 철창에 수직으로 올라 자신들을 보라는 듯 아이바오를 응시한다.
그래도 먹혀들지 않자, 철창에 매달린 둘은 아슬아슬한 장난을 치고, 한 아이는 다른 아이의 다리를 물어 당기기도 한다. 그제서야 아이바오의 눈길이 쌍둥이에게 머문다. 노려보는 엄마의 눈빛은 ‘눈으로 등짝 스매싱하는 중’이라고 시위하는 듯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큰 딸 푸바오에 대한 걱정이 마음 한켠에 늘 자리하는 듯 하다.
3일 중국공항에서, 어른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숨구멍이 몇 개 있는 푸바오 수송용 투명 박스케이지의 베일이 벗겨지고 카메라 플레시가 터지자 잠시 당황했던 푸바오는 주변을 둘러본 뒤 이내 다시 눕는다.
공항요원으로 추정되는 스태프 한명이 손가락으로 숨구멍을 점검한다. 논란이 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반적 상황일 뿐이었다.
사천성 판다기지에 도착한 푸바오는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사랑하는 푸바오!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 꼭 보러 올거야, 잘 적응하고 잘 먹고 잘 놀아라’는 편지를 남긴 줄도 모르고 첫날 밤을 지샌 뒤, 이튿날 밖이 내다보이는 철장살을 부여잡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자세를 한참동안 취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모습을 한다. 마치 시베리안 허스키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듯.
2~3일차가 되자 방안을 어슬렁거리다, 대나무도 먹는다. 그리고는 놀이기구에도 올라보는 등 서서히 새로운 지형지물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숏폼영상을 통해 “푸바오가 사천(쓰촨)성 워룽 선수핑 기지에서 이틀 간 새로운 삶에 천천히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는 푸바오가 경사로를 내려오면서 앞발을 짚고 한 바퀴 구르는 모습이 담겼다. 신화통신은 이 영상에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라는 내용의 설명을 곁들였다.
세자매의 엄마 아이바오는 마음다잡기 시간을 갖는 듯 하다.
큰 딸은 예상보다 빨리 적응해 나가고 있다. 머지않아 20년생 동갑내기 사천성 판다기지 최고 미남인 샤오치지, 그리고 말레이시아 태생인 이이(18년생)-성이(21년생) 자매와 사귈 것이다. “푸바오가 (일부러 사랑을 덜 주는 간접사육 과정 없이) 사랑만을 듬뿍 받았는데, 아마 더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새 환경에 적응할 것”이라는 논평도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에겐 쌍둥이가 있잖아요”라고 말하던 강철원 할부지의 눈물을 쏙 뺐던 바로 그 주인공들, 한국 잔류파 쌍둥이 두 딸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요즘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하듯, 아이바오의 마음을 달래려 애쓰는 것 같다. 네 모녀의 최근 심리 변화와 노력, 사람이랑 다를 것이 없다.
사흘전 빗속에서 ‘용인 푸씨’와 이별할 때 마음과는 또 다른, 감동과 울컥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