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 고점 전세 이어져
역전세 돈 내줘야…일부는 집주인에 월세 받기도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지난해부터 전세가격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2년 전 체결된 고점 전세 계약 만료 시기가 하나 둘 다가오면서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세입자가 재계약을 원하는 경우, 일부 집주인은 전세가격 상승세를 이유로 실거래가와는 괴리가 있는 가격을 제시해 계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2일 중개 업계 등에 따르면전세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2021년 말에서 2022년 상반기까지 계약한 고점 전세 물량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2021년 6월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지속적으로 올라 2022년 6월까지 지수가 104를 웃돌았다. 이후 지수 하락폭은 2022년 하반기부터 가팔라졌다.
고민에 빠진 건 전세가격지수가 103~104를 넘나들었던 시기 전세 계약을 체결한 이들이다. 현재 실거래가와 비교해서는 전셋값을 내려야하지만, 전반적인 전세가격이 상승 추세이니 임대인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지난해 8월 첫째 주(7일 기준) 상승으로 돌아선 이후 32주 연속 오름세 기록 중이다.
내달 전세 재계약을 앞둔 한 서울 아파트 임차인은 “게약 당시 전셋값과 현 실거래가가 5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 전세가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임대인이 내려줄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수도권 아파트 임차인은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했는데 집주인이 돌려줄 돈이 부족해 월마다 일정 금액을 변제한다고 하더라”면서 “소송으로 가면 소송비도 별도로 들기 때문에 일단 월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점 계약을 한 임대인도 처지가 제각각이다.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점 계약 당시에 비해서는 실거래가가 낮아,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 서울 아파트 임대인은 “매매가가 하락-보합 상황이다 보니, 거주하던 세입자가 재계약 대신 매매를 한다고 해서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받아 돈을 돌려줬다”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2년 전에 비해 전세 가격이 낮을텐데, 기존 대출금 말고도 이자가 나가니 상당히 부담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체결되는 전세 계약은 고점 당시보다 최대 수 억원 낮은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전용 84㎡가 전세가 2022년 2월 17억50000만에 최고가 거래됐는데 지난달 28일 같은 면적이 11억8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같은 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2022년 3월 전용 84㎡가 1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지난달 27일 10억원에 같은 면적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2021년 12월 11억 8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10일 3000만원 낮춰 갱신되기도 했다.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4단지도 올 2월 전용 84㎡ 전세가 6억1000만원에 갱신 계약됐는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8000만원을 돌려줬다.